“아이가 자기 물건을 정리를 너무 안 하는데, 좋게 얘기할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화가 조절이 안 돼 소리를 지르며 심한 말을 할 때가 있어요.
매일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아이들은 왜 안 들을까요?”
제가 상담실에서 어머님들께 자주 듣는 질문입니다. 이 상황에서 어머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건 아이에게 심한 말과 심한 화를 냈다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너무 화가가 해버린 말들이 이후에 너무 후회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부분 어머님은 아이들에게 곧바로 사과합니다.
“엄마가 소리 지르고 심한 말을 해서 미안해, 다음엔 안 그러도록 노력할게”
정말로 다음엔 이렇게 안 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합니다. 어질러진 거실과 방을 보고 끓어오르는 화를 이를 악물고 참습니다.
“oo야 다 놀았으면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숨을 고르며 부드럽게 말합니다. 이 말에 아이가 “네, 엄마”라며 하면 좋으련만, 그렇게 하는 아이는 드뭅니다.
그래도 엄마는 다시 한번 진정하려고 애쓰며 몇 번의 좋은 말로 권유를 합니다. 여러 번 참았는데도 아이가 행동하지 않으면 엄마의 애씀에 한계가 옵니다. 결국 소리를 지르게 되지요. 이런 상황이 일주일에 몇 번씩 혹은 매일 반복되면서 엄마는 지치게 됩니다.
많은 가정에서 비슷한 상황이 일어나지만, 상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아야 맞춤 개입을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실에서는 상당히 자세히 이 상황을 알아봅니다.
엄마와 아이가 어떤 말과 행동을 주고받았는지, 엄마의 반응과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지 등 제가 옆에서 그 장면을 보았다고 느낄 정도로 상세히 묻습니다.
위의 예시는 제가 만나본 어머님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로 구성한 것입니다. 예시에서 확실히 알 수 있는 건 엄마가 반복적으로 했던 말이 효과가 없었다는 겁니다. 그럼 왜 효과가 없었을까요?
위 예에서는 제가 ‘권유’라고 적었지만, 엄마들이 ‘권유했다’라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상황을 들어보면 엄마는 시켰다고 하지만 엄마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치우는 걸 권유하고 있습니다.
권유는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것입니다. 권유를 받은 상대는 원치 않으면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엄마는 “oo야 다 놀았으면 정리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질문까지 했습니다. 아이는 엄마의 권유형 질문에 “아니”, “왜?”, “이따 할래” 등의 답을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엄마가 원하는 답이 아니지요.
그래서 엄마는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친절히 설명합니다. 설명해도 안 되면 설득을 시작합니다. 권유, 설명, 설득 모두가 듣는 사람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게 됩니다. 엄마의 말에 아이는 하든 안 하든, 자신이 결정하게 되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하냐고요? 지시해야 합니다.
분명하고 짧은 문장으로 말합니다. “oo야 다 놀았으면 정리해”
정리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아이에게는 “장난감은 여기 바구니에 넣고, 책은 저기 책꽂이에 꽃아”라고 구체적인 행동을 알려주신 후 옆에서 지켜보면서 다시 지시합니다. 아이가 할 때까지 말이죠.
아이가 다 하면 칭찬은 반드시 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매번 반복하시면 됩니다. 언제까지? 아이가 스스로 할 때까지! 엄마의 지시가 없이도 아이가 자기 물건을 정리한다면 아이는 좋은 습관을 지니게 된 겁니다.
아이마다 다르지만 이렇게 하면 대부분 아이는 잘 따르고 배웁니다. “이렇게 했는데 안 되는데요?”라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럴 땐 엄마가 한 지시를 되돌려 점검해 보세요. 아이의 행동이나 말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살펴보시면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지시의 핵심은 분명하고 구체적인 말로 지시할 것만 짧게 말하는 겁니다. 권유나 설명, 설득은 아이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에 사용하면 됩니다.
예를 들면, 새로 나온 아이스크림을 보고 “아이스크림 새로 나왔나 보다, 먹어볼래?” 이 질문에 아이가 먹든 안 먹든 엄마와 아이 모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엄마는 어떤 선택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자기 물건 정리, 씻기, 학교 가기, 숙제 등은 하기 싫다고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 자체가 모순입니다. 아이가 안 한다는 선택을 받아들여 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권유와 설명, 설득할 수 있는 것과 지시를 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하고 적용하는 건 부모의 몫입니다. 부모가 배우고 익혀야 할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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