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지 Mar 12. 2023

슬픔에게 무례하기

요즘 들어 타인의 슬픔을 '관람'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 오는 부채감이 상당하다.

미디어가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내보낼 때 특히 그러하다. 슬픔에도 강도가 있고 불행에도 서열이 있어 그렇다.

개인의 손에 통제권이 쥐어진 SNS가 행복과 과시에 집중되어 있다면 그보다 좀 더 정돈되고 그보다 좀 더 정적인 기존 매체(뉴스, 다큐멘터리, 영화 등)들은 행복한 개인이 모였을 때 얼마나 슬플 수 있는가를 다룬다. 

그런 식으로 우리는 한없이 행복한 가까운 지인과 한없이 불행한 먼 타인의 이야기가 주는 괴리에 매번 좌절한다.

그리하여 행복해 보이는 지인과 더 가까워질 수도, 불행해 보이는 타인과 아예 멀어지지도 못한 채 그 사이의 공허를 헤매는 것이다.

우리는 개인의 슬픔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혹은 개인의 슬픔에 얼마만큼의 예의를 차리는지.

이해와 공감이 엄격히 구분되고 서로에게 행하는 몰이해 따위 폭력으로 치지도 않는 세상에서

나는 너에게 얼마만큼 무례할 수 있는지.

그렇지만 여전히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 위로가 되는 게 맞는지.

네가 가진 슬픔이 반이 될 일 같은 건 영영 없을지.

작가의 이전글 작별하지 않는다, 한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