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 번째는 거룩한 분노다. ‘거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뜻이 매우 높고 위대하다’이다. 즉, 거룩한 분노라는 것은 분노의 분명한 목적이 있으며, 그것이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경우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죄 때문에 지옥에 갈 수밖에 없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는 것에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거룩한 분노를 보임으로써 행위의 부당함을 호소하고 정의로운 결과를 추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냉정한 분노이다. 이는 화낼만한 상황에서 화를 내는 것이다. 거룩한 분노와의 차이점은 대의명분이나 공의로움은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 충분히 화를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무 이유도 없이 누군가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사람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이와 같은 냉정한 분노는 절제하지 않을 경우 자칫하면 세 번째 분노 유형에 해당하는 ‘악한 분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악한 분노는 홧김에 표출하는 분노 혹은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자신의 화난 감정을 해소하고자 폭발시키는 나쁜 분노를 말한다. 예를 들면, 시험 성적이 예상대로 나오지 않자 홧김에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날씨가 더워 짜증 난다고 지나가는 사람을 이유 없이 때리는 것이다. 이러한 분노는 무의미하며 파괴적이라는 점에서 어떠한 이유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 결국, 악한 분노는 나쁜 것이고 절제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가? 거룩한 분노에 힘을 보태고 있는가? 아니면 냉정한 분노에 만족하면 살고 있는가? 그것도 아니면 고약한 성질대로 악한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가?
분노라고 다 같은 분노가 아님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