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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 Jul 14. 2022

취하면 술보다 위험한 것

술에 취하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것이 있다. 바로 자신에게 취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술을 마시면 취하기 마련이다. 취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취기로 인해 저지르는 잘못된 행동이나 실수가 위험하다. 작게는 사소한 말실수부터 크게는 끔찍한 범죄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을 컨트롤할 수 없을 때까지 술을 마셔서는 안 된다. 이처럼 술에 취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때때로 '자아'에 취하는 것은 훨씬 더 위험하다.

우선 증상을 파악하는 게 어렵다. 술은 내가 취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옆 사람이 취했다고 얘기하면 안 취했다고 우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통은 자신이 취했다는 것을 스스로 안다. 육체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아에 취할 땐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구토나 두통처럼 몸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영역에서 변화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이다. 남의 말이 들리지 않기 시작해서 내 생각만을 정답으로 여긴다. 취하면 취할수록 귀는 닫히고 목소리는 커진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배격하고 진심 어린 충고를 하는 사람은 멀리하기 시작한다. 즉, 자아에 취해 교만함이라는 혼자만의 독방에 갇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취기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간단치 않다는 것이다. 술에 취했다면 숙취해소제나 해장에 좋은 음식을 먹으면 된다. 그러나 자아에 취한 경우엔 확실한 해독제가 없다. 운이 좋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충고와 조언이라는 약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 마저도 쉽지 않다. 어쩌면 내적 취기에 넘어져 쓰디쓴 정신적 고통을 겪어야만 회복하겠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출 수 있다. 교만과 거만한 마음으로 패망의 선봉이 되고 넘어짐의 앞잡이를 경험한 이후에야 정신을 차리는 것이다. 이 경우 완치되기까지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한다.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술에 취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아에 취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정신 차리고 살아도 쉽지 않은 인생에서 스스로에게 취해 독방에 갇힌다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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