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소중하다고들 말한다

- 나는 삶을 조심스럽게 다루겠다

by doctor flotte

삶은 소중하다고들 말한다. 이 말은 참 유용하다. ‘그래서 우리는 함부로 살아서는 안 된다’고 말할 때 써먹기 좋기 때문이다. 대충 뭔가 그럴 듯하기도 하고, 나는 내 삶을 소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이미 당연하고 맞는 얘기처럼 퍼져 있어서 쓰는 데 아무 문제도 없다. 삶은 그냥 소중한 것이다. 나도 그렇다고 생각하고 싶다.


삶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말을 한번 생각해 보자. 물론 좋은 말이다. 하지만 왜 그런 걸까? 삶이 소중하다고 다들 믿고 있다면 그 이유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유가 없다면 우리는 왜 삶이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삶은 소중하지 않다’는 말은 왜 틀린 것일까? 어차피 이유가 없다면 말이다. 미안하지만 솔직히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찾을 수 없다. 그래서 ‘삶이 소중하다’는 말을 보류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우선은 그 말을 믿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우리는 삶에 솔직해야 한다.


이렇게 문제가 생겼다. 삶이 소중하다는 말을 할 수 없다면 삶은 소중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고, 삶 속에서 의미를 찾거나 열심히 살거나 선하고 좋은 삶을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져 버린 것 같기 때문이다. 윤리학과 행복론을 강의하는 사람이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있다. 나도 당황스럽다.


삶이 소중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해도 사실 사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나는 여전히 5학년 우리 아들을 위해 책가방도 챙겨주고, 엄마 몰래 용돈도 준다. 아이에게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삶이 소중한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작고 착한 아이를 보면 무언가를 더 해 주고 싶다. 내 아이의 삶이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그 아이를 돌봐야 할 나도 내 삶을 소중하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그럼 그냥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일까? 자연스러운 마음과 본능대로 말이다. 하지만 철학자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야 한다.


삶이 소중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리고 우리는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은 이 관계가 실제 우리의 삶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멈춰버린다면, 다시 말해 그냥 살아가기만 한다면 삶이란 전혀 앞뒤가 안 맞는 것으로 남겨질 것이다. 내 삶을 그렇게 버려두고 싶지 않다면, 방법은 하나뿐인 것 같다. 나는 이렇게 고백하는 것이다. ‘나는 삶이 소중한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또는 ‘나는 삶이 소중한 이유를 계속 찾고 있는 중이다.’


삶이 소중한 이유를 계속 찾는 과정이 아마도 그 이유를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오해의 소지가 있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삶이 어떤 특별한 이유로 소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삶이 소중한 이유는 어떤 이유가 있거나 이유가 많아 다 헤아릴 수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찾아도 찾아도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도대체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것은 정말 특별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특별한 것이라면 그 특별함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그 방식 역시 특별하다. 그 이유를 찾는 일을 어쨌든 포기하지 않고 중단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삶이 소중하다고 피상적으로 말하기보다 이렇게 말하겠다. ‘삶은 도대체가 이유를 찾을 수 없는 가장 특별한 것입니다. 삶은 우리가 그 이유를 찾는 일을 중단하지 않을 때, 오직 그때에 그 이유를 찾을 수 없는 특별한 것으로서 나타납니다.’ 삶이 소중한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이 이유를 찾을 수도 알 수도 없는 가장 특별한 것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그럼 나는 삶을 '조심스럽게' 다루겠다. 그리고 어떤 것을 조심스럽게 다룬다는 것이 그것을 '소중하게' 다룬다는 것과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것도 나는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13화기억은 그런 게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