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게 나는 어디론가
걱정 속에 학교로 출근을 했다. 나는 한 시간 반이 넘는 시간을 운전해야 직장에 도착한다. 어제 자동차 엔진에 노란색 경고등이 떴다. 가까운 서비스센터에서는 일단 살살 운전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라며 혹시 엔진과열경고등이 뜨면 차를 멈추고 렉카를 불러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걱정 속에 운전을 했다. 어제 저녁에 그랬고 오늘 아침에는 출근을 해야 하니 어쩔 수가 없었다.
너무 잘 아는 내 출근길 고속도로. 엔진소리가 조금 이상했지만 엔진과열경고등까지는 뜨지 않았으니 평소처럼 속력을 냈다. 한 반쯤 왔을 것 같다. 난생처음 차에서 엔진과열경고등이 떴다. 놀라기도 해서 우선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우선 진정을 하고 보험회사에 전화를 했다. 렉카를 불어준다고 했다. 그런데 거리가 있어 1시간은 걸릴 거라고 했다. 그렇게 이제 나에게는 기다리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갓길 보도블럭 말고는 피할 곳이 없었다. 거기에 앉아 고속도로 길가에 피는 정말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잡초들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관찰했다. 메뚜기 같은 곤충들도 있었다. 세상과 상관없는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이 여기 있었다. 앉아서 보니 고속도로 차들이 정말 무섭게 빠른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있는데 고속도로 순찰대 차량이 와서 멈췄다.
세상 착한 순돌이 아저씨 같은 경찰 아저씨가 내렸다. 눈이 부셨는지 약간 인상을 쓰기는 했지만 전혀 거리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사정을 설명했다. 그리고 경찰은 내 차 뒤에 삼각대를 설치해 주고 한참 내 곁에 있어 주었다. 순찰차에는 또 한 명의 나이 많은 경찰이 있었다. 엔진과열등 때문에 멈췄다고 하니 순돌이 경찰에게 순찰차에서 생수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내 허락도 없이 냉각수통에 물을 부었다. ‘쪼끔 더 가면 졸음쉼터예요. 저희가 뒤따라 갈테니 갓길로 천천히 가 보세요’ 친절한 경찰의 말이 맞았다. 거기에는 화장실도 있고 의자도 있고 무엇보다 쉬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출근길에 내가 항상 지나치던 쉽터였지만, 여기에 온 건 처음이다.
천사 같았던 두 경찰이 떠나고 나는 3시간을 기다렸다. 1시간 뒤에 렉카가 배정되었다고 연락이 왔고, 렉카는 1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또 한 시간이 걸린 이유는 내가 아까 정신이 없어서 졸음쉼터의 위치를 다른 곳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나는 렉카비용을 거의 두 배를 냈다. 덥고 뜨거운 점심이었다. 차에 있는 우산을 쓰고 나는 조그만 졸음쉼터를 산책하기로 했다. 그렇게 100미터도 안되는 거리를 나는 거의 3시간 동안 왔다갔다 했다. 산책과 소풍이라고 스스로 계속 말하면서 그렇게 했다.
1시간을 되돌아온 렉카 운전사는 배 나온 아이 아빠였다. 서른 후반인 것 같고 반팔 아래 똥배가 보였다. 핸드폰에는 딸의 사진이 있었다. 렉카에서 철 막대와 보조바퀴를 꺼내 척척척 설치를 마쳤다. 차 아래 무언가를 설치할 때에는 허리를 숙이는 것이 불편해 보였다. 살 때문이다. 이제는 똥배가 너무 잘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멋있어 보였다. 이런 난처한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게 일을 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순간 나도 이런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렉카 운전사도 멋있다고 생각이 들었고, 자동차 정비소에서 차를 고치는 사람들도 멋있는 것 같았다. 기회가 되면 나는 그런 일을 꼭 해보고 싶다.
렉카는 내 차를 뒤에 매고 정비소로 달렸다. 매일 퇴근하던 고속도로를 오늘은 렉카를 타고 이른 시간에 퇴근을 하고 있다. 렉카 아저씨는 내 눈치가 보였는지 걸그룹 음악소리를 줄였다. 하지만 결코 끄지는 않았다. 그렇게 나는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