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의 무게, 인생의 무게

출근하던 어느 날

by 영자의 전성시대

출근길마다 함께 카풀하는 선생님이 있다. 몇 년째 만나는 사이라 이제 눈만 봐도 알만한 사이가 되었다. 감사하게도 커피를 사랑하는 나를 위해 집에서 맛난 커피를 매일 내려온다. 텀블러 하나 들고 다니기에도 가볍지 않은데 두 개를 매일 들고 왔다가 들고 가는 수고를 기꺼이 하신다. 가끔은 미안한 마음에 그냥 학교에서 먹을 테니 가져오지 말라하는데도 괜찮다며 준비하는 선생님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오늘도 커피를 준비해 온 선생님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제부터는 커피 가져오지 마세요. 들고 다니기 너무 무겁지 않아요?”라고 했다. 그 선생님 왈 “괜찮아요, 인생의 무게에 비하면 커피의 무게는 아무것도 아니에요.”라는 우문현답을 했다. 그러더니 한마디 더 “그리고 커피는 갈 때는 무겁지만 올 때는 가볍잖아요. 인생은 그렇지 않더라고요.”라고 덧붙였다.


아무 생각 없이 툭 던진 질문에 묵직한 답변이 돌아오자 “와, 아침부터 왜 이래요? 이거 글로 써야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시 생각한다. 커피는 갈 때는 무겁지만 다 마신 후에는 덜 무거워진다. 그러나 인생은 살면서 더 가벼워지거나 덜 무거워지면 좋으련만. 살수록 그 무게감은 빠르게 더 무거워지니 나이 먹는 것이 무섭기도 하다.


번외로, 머리를 자른 듯하여 그 선생님에게 “응? 쌤 머리 했어요?”라고 물으니 “아뇨, 2주 전에 했는데요.”한다. 멋쩍어하며 “엥? 좀 달라 보이는데? 뭐가 달라졌죠?”하니 “어제보다 하루 더 나이를 먹었죠.”한다. “푸하하하”하고 웃으며 우리는 출근을 한다. 이런 철학적이면서 심오한 대화를 출근길에 막 던지는 우리는 생각하는 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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