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인듯 하나 봄은 아니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봄 인듯 하나 봄은 아니다

이 영자


봄이라 하니 봄인 줄 알았네

살만한 세상이라 믿고 싶은 탓에

떠드는 소리 귀 기울여 고개를 끄덕인다


흰살 드러나 보이는 하늘거리는 새틴 옷을 입고

한결 가벼워진 가슴의 두근거림으로

분홍빛 신발에 발을 끼워 넣는다


묵었던 감정마냥 겨울 잔해 그득한 가방

저쪽 구석으로 밀어버리고

옷 어울리는 산뜻한 가방 손대어본다


움트는 새싹보니 시들해진 내 꿈도 싹이 틀 것 마냥

비시시 비져나오는 웃음으로

내친 김에 콧노래도 벌름벌름 새어나온다


폴짝이는 발걸음 재촉해

보슬거리는 애기풀을 지긋이 밟으며

사뿐히 분홍신 신은 발을 내어준다


"앗"


살을 에는 종이날바람에 잔뜩 움츠려

겨울동굴속으로 분홍신 질질 끌며 기어 들어간다


봄인듯 하나 봄은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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