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 앉아서

시: 이런 꽃도 있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꽃밭에 앉아서



눈웃음으로 달려오는 꽃

팔을 벌리고 안아달라고 조르는 꽃

귀에 소곤거리며 속삭이는 꽃

종일 말해도 부족한 꽃

복도를 무섭게도 달려가는 꽃

내 얼굴을 쳐다도 안 보는 꽃

눈빛에 사랑을 담아 나만 쫓아 오는 꽃

다 큰 줄 알고 어른 인체 하는 꽃

아무리 말해도 집중 안하는 꽃


영혼이 아파 시들한 꽃

힘이 넘쳐 줄기가 두꺼운 꽃

생각 없이 여기저기 뻗쳐대는 꽃

가시를 가득 머금은 채 부딪쳐 오는 꽃

약을 먹어가며 견뎌내는 꽃

부모의 감시 속에 힘겨운 꽃

친구 없이 홀로 외로운 꽃

혼자 노는 걸 좋아하는 꽃


이 예쁜 계절에 각양각색의 꽃이

만발하다


어린 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열정이 넘쳐서 눈빛이 초롱한 꽃

오랜 세월의 짬이 쌓여 적당함을 유지하는 꽃

어린 꽃 키우는 걸 숙명으로 아는 어미 같은 꽃

자신이 우아한 꽃이 되는 게 목적인 꽃

치이고 치여 고개 숙인 꽃

마음을 감추고 고고하고 싶은 꽃
피어있는지도 모르게 살짝 피는 소심한 꽃

그 모든 걸 지켜보는 구석의 꽃


큰 꽃이든 작은 꽃이든

꽃임에 각자의 향내가 진동하는

꽃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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