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이 같은 인간, 동이 같은 인간

어떤 인생이 부러운가?

by 영자의 전성시대

우리 집에는 개가 두 마리다. 한 마리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보더콜리와 진돗개의 믹스견으로 이름이 ‘동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공간적 배경인 봉평에 살고 있어서 그 책 속 주인공의 이름을 따왔다. 이 아이는 진돗개와 보더콜리의 좋은 점을 갖고 있어 매우 영리하고 충직하다. 우리를 지키기에 여념이 없고 눈은 우리만 쫓아다닌다. 영리하지만 머리를 굴리거나 계산하지 않는 순수한 믿음으로 우리 가족을 지켜준다. 집 뒤가 산이라 산짐승들이 내려올까 전전긍긍하고 밤새 짖어 그들이 내려오지 못하게 막아준다. 그래서 2살이지만 목소리가 쉬어 있다. 안타까워서 그러지 못하게 해도 이 아이는 그게 본능인 듯 시종일관 같은 모습이라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더 좋은 간식을 주고 싶고 애틋하다. 하지만 밖에서 생활하는 아이이고, 우리는 서울에 있기에 노부모님이 챙겨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다른 한 마리는 우리 집에 온 지 1년 된 미니 비숑 ‘알콩’이다. 우리 가정을 더욱 알콩달콩 즐겁게 만들어 주기를 바라며 이름을 지었다. 이 아이가 오기 전부터 우리 가족은 마음의 준비를 3년이나 하고 만반의 준비 후에 아이를 데려왔다. 그러니 알콩이가 걷기만 해도 대견스럽고 짖어도 예쁘고 오줌만 싸도 폭풍 칭찬을 하며 매우 예뻐한다. 어떤 똥을 싸는지 관찰하고, 간식도 유기농으로 사료도 좋은 것으로 먹이며 침대에서 함께 잔다. 그러다 보니 이 아이가 우리를 만만히 보기 시작했고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버릇이 없다. 심지어 가끔은 성질을 내고 손가락을 물기도 했다. 버릇을 고치려 맞기도 하고 방에 가두어보기도 했지만, 이미 이 아이는 우리가 자기를 사랑하는 걸 안다.

두 아이를 관찰하며 드는 생각, 비단 개뿐 아니라 인간 세계에도 이런 인간상이 있다. 특별히 애쓰지 않아도 예쁨 받는 사람과 애를 써야 예쁨을 받는 사람, 힘껏 일하는데도 사랑보다는 짠한 사람, 분에 넘치게 사랑받는 사람 등이 떠올랐다.

윌리엄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에서도 이런 두 인간상이 나온다. 전혀 친절하지 않고 오히려 뿌루퉁하고 배려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와 그 주인공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자기의 돈을 들여 먹여 주고 재워주는 배려심의 끝판왕 더크 스트로브가 나온다. 심지어 스트로브의 아내는 남편을 버리고 스트릭랜드에게 매달려 동거까지 한다. 책을 읽으며 주인공인 스트릭랜드에게 등장인물들이 호의를 베풀고 사랑하기까지 하는 장면들을 보며 이해가 되지 않았고 화도 슬슬 나기 시작했다. 반대로 이런 스트릭랜드를 먹이고 입히며 자신의 집도 내어주고 아플 때 간호해준 스트로브는 쓸데없이 오버하는 수다쟁이로 표현되어 안타까웠다. 급기야 그의 부인이 남편을 버리고 스트릭랜드에게 갔을 때, 스트로브는 좌절한다. 그러나 스트릭랜드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도 스트릭랜드는 기억하지만 스트로브는 그냥 주인공의 지인 정도로만 기억한다. 내가 스트로브라면 억울해 죽을 것이다. 만약 말할 수 있는 동이라면 “나 힘들어. 너네 지키느라 힘들고 나랑 많이 놀아주지 않아서 슬퍼.”라고 말할 것이다. 말하는 알콩이라면 “이쁜 건 알아가지고, 내가 심하게 이쁘지? 그러니까 내 맘대로 살게 간섭하지 마.”라고 할 것 같다.


사회생활을 하며 남에게 사랑을 구걸하며 살지는 않지만 나보다 다른 이를 더 아껴주면 배가 아프긴 했다. 하지만 하는 것 없이 사랑받는 알콩이의 인생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며 남의 시선이나 인정과는 상관없이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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