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리모델링하면서 참 어려웠다. 집 없이 떠돌아다니니 몸과 마음이 어려운 거야 당연한 거지만, 내 집을 처음으로 리모델링하다 보니 아는 게 없어 뭐 하나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나는 결정장애가 없는 편이다. 대부분 내 안의 조건순위에 맞게 계산해서 바로 결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 리모델링을 하면서 집에 필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는 경우는 예외였다. 아는 게 없으니 선택의 폭이 좁았고 혼란스러웠다. 예를 들어 사장님이 “이건 새로 나온 모델이라 설치하시면 세련되고 예쁠 겁니다. 하지만 물이 튀어서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건 구형 모델이라 예쁘지는 않은데 물이 잘 튀지 않습니다. 둘 중 어떤 걸로 하시겠습니까?”라고 물으면 나는 유구무언이었다.
누가 보면 바보같이 멀뚱멀뚱 서 있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생각이 많은 나는 그 순간 번개처럼 내 안의 순위에 맞게 선택하기 위해 갈등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세련되고 예쁘며 물이 튀지 않는 모델을 갖고 싶었다. 새로 리모델링을 하는데 안 예쁘면 어떡하란 말인가!
또한 나는 실리주의인 사람이다. 실생활에 필요한 실학적 사고를 가진 사람인지라 사람도 겉만 번지르르하고 머릿속이 비면 매력 없다 느끼는데 하물며 수도꼭지가 이쁘기만 하고 물이 튀어 나무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다면 그게 수도꼭지랴!
이러다 보니 물어보시는 족족이 나에겐 어려운 문제였고 결국 다른 사람이 결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나 같은 초짜들의 선택을 편히 해줄 방법은 없는가?
한 세계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면 우리는 대부분 ‘프로’라고 부른다. 그 방면으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전문적이라는 것인데, 그런 프로가 초짜들을 돕는 건,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예를 들어 아까와 같은 상황이라면 “이건 예쁘지만, 물이 튑니다. 제 생각으로는 물이 튀어도 이 집과는 이 상품이 어울리니 이걸로 하시는 게 어떨까요?”라든지, 아니면 “이 모델은 구형이지만 물이 튀지 않는 장점이 있지요. 더구나 이 집은 바닥이 나무이니 물이 튀면 곤란해지겠네요. 이 상품이 좀 더 나을 듯합니다.”라고 말해준다면 어떨까?
나는 교사다. 다년간 공부하고 가르치면서 교육적 가치관을 확립하고 교육적 신념에 의해 일하고 있다. 상담할 때 이런 프로다움으로 학부모나 학생들을 만나, 안 그래도 어려운 그들의 속을 시원하게 해 주고 불안한 자녀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게 위로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막연하게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방향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제시해 주는 프로 같은 교사, 적어도 한 치 앞 정도는 미리 알고 방향을 제시하고, 그 길의 옳고 그름과 장. 단점을 분석해 주는 군더더기 없는 교육 프로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