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로 인해 지금 내 마음은 봄이란다

콧구멍을 나에게 준 아이

by 영자의 전성시대

왼쪽 콧구멍을 나에게 준 아이가 찾아왔다. 아침인데도 어쩐지 아이의 얼굴은 까칠하니 피곤해 보였다. 게다가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생겨있었고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세상 다 산 것 같은 1학년을 보니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


나는 아이에게 “어제 늦게 잤니? 왜 이렇게 다크서클이 생겼어? 설마 공부하다 늦게 잔 건 아니지?”하며 장난을 쳤다. 내심 ‘설마 1학년이 밤에 공부했겠어?’ 하며 툭 던진 질문이었다.


아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네, 수학 숙제가 너무 많아서요.” 하는 거다. “헉! 1학년인데도 밤까지 공부하는구나!” 하며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쓰다듬어 주었다.


“너 이제는 좀 일찍 자야겠다. 다크서클이 더 내려오면 콧구멍까지 내려올 텐데, 그러면 왼쪽 콧구멍은 내 건데 이것도 까매질 거잖아. 난 까만 콧구멍은 싫은데? 그러니까 오늘부터는 좀 일찍 자야해.”


내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알쏭달쏭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웃음기를 참으며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척했다. 아이는 ‘이걸 믿어야 하나, 믿지 말아야 하나’ 하는 얼굴이었다. 아이는 ‘알겠다’ 고하고 돌아갔다.


에고, 조금 있으면 이 아이가 자라서 더 이상 내 농담이 통하지 않을 때가 금세 오겠지. 그러면 마음 한편에 겨울을 알리는 싸한 가을바람 한 자락이 불 것 같다.


아이야, 너로 인해 지금 내 마음은 봄이란다. 천천히 천천히 자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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