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작고 마른 편으로 얼굴에 눈만 보이는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평소에는 조용하고 내성적이긴 하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은 또렷하게 표현하는 강단도 있다. 맨 앞에 앉아 집중도 잘하고 학습력도 좋은 아이다. 눈빛이 예사롭지 않게 반짝반짝 빛나는 다소 고집스러운 아이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지내지만 문제는 발표할 때 일어난다. 아이는 맨 앞 나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앉아있다. ‘독서 논술’이라는 과목의 특성상 발표할 일이 많은데 아이는 발표 소리만 나면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서 고개를 연신 흔들어 댄다.
“나 발표 안 하면 안 돼요?”라고 물어오는데 “응 너만 안 할 수 없잖니? 여러 번 하다 보면 괜찮을 거야.”하고 말해주지만 아이의 불안 앞에서는 효과가 전혀 없었다. 이 아이 차례가 다가오면 일단 앞으로 나온다. 그리고는 가만히 서서 앞만 보다가 울기 시작한다.
얼마나 떨리면 울기까지 할까 싶어 처음 몇 번은 들어가게 하거나 안아주기도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리할까 싶어 2학기에 들어서는 스스로 극복하게 두기로 했다. 다른 아이들은 손을 들어가며 먼저 발표하고 싶어 안달이건만 이 아이는 여전히 울며 앞에 나오곤 했다.
학년이 올라가도 저러면 어쩌지 싶은 걱정이 앞설 때쯤, 방학을 앞두고 마지막 발표를 하는 날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책을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 아이의 눈치를 살피며 설명했고, 드디어 이 아이의 순서가 되었다.
또 울거라 짐작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이는 크지는 않지만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고 40초를 꽉 채워 발표를 끝냈다. 나는 벌떡 일어나 “우와! 지금 안 울고 발표한 거야? ㅇㅇ이가 선배가 다됐네? 최곤데!”하며 칭찬했다.
아이는 쑥스러워하면서도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씩 웃어 주었다. 마치 “나 원래 잘하거든요?”하는 느낌이었다. 장하다. 울지 않고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컸구나!
아가야, 앞으로 어느 상황이든 울지 말고 자신 있게 네 생각을 말하렴. 크면 클수록 그게 더 힘들어지거든.
다음에도 울지 않고 발표하기!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