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시무룩해서 내 앞을 지나가는 아이를 붙잡았다. "얼굴이 왜 이렇게 힘들어 보여?"하고 물으니 "저 학교폭력으로 신고당했어요." 한다. 순간, 나는 벙 찐 얼굴로 아이의 얼굴만 바라보았다.
어릴 때부터 보던, 너무 귀여워 쪽쪽 빨던 아이다. 항상 아기로만 보던 사랑스러운 아이가 학교 폭력을, 그것도 가해자라니! 생각도 못한 일이었다.
아이가 자신은 억울하다며 변론을 하지만 내 마음은 이 아이에게 공감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학교 폭력을 일으키는 못된 녀석들의 심리를 보아왔기에 아이의 억울함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억울하다는 건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고, 아직도 상대방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 작든 크든 일어나는 가장 첫 원인은 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지 못하는 데서 시작한다. 나의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알게 된다면 쉽게 행동할 수 없기에 "장난으로 그랬어요."라는 망언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모르는 공감능력이 떨어진다는 건, 다시 말하면 자신의 감정도 잘 모른다는 걸 수 있다. 자신의 마음이나 상태, 상황에 맞는 적절한 기분이나 표현을 모르니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고, 타인에 대해 막 대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제자에게 따끔하게 말했다. "이번일을 통해 네 마음이 어떤지 잘 살펴봐라. 네 마음 어디가 불편하고 힘든지, 왜 이렇게 됐는지, 그리고 네가 이 정도인데 상대방인 피해자는 어떤 마음일지 아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거야. 그럼에도 다행인 건 지금이라도 네가 달라질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거란다. 앞으로는 친구를 다른 태도로 대해야겠지."
위로를 바랐던 아이는 냉정한 내 말에 한풀 꺾인 느낌이었다. 돌아가는 아이를 한 번 안아주었다. 나름 마음이 어려웠을 거다. 마음은 위로하되, 잘못은 제대로 깨닫게 해주고 싶었다.
요즘 곽튜브와 이나은 사건을 보며 이런 사회현상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생각해 보게 된다. 학교폭력을 저지른 사람을 사회적으로 성공시킬 수 없다는 의지는 알겠지만 그 사람의 삶을 아예 나락으로 보내버리는 폭력을 일삼는 이 사회는 과연 건강한지 나는 의문이 든다. 자신들의 폭력은 모르는 학교폭력 심판자라니,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이런 논리라면 어린 내 제자는 일치감치 사회적으로 격리되어야 할 무자비한 범죄자가 되어 미래란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이건 너무 가혹하다. 교사로서 먼저 타인에 대한 이해를 열심히 가르치고, 일어났다면 폭력을 일으킨 아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꾸지람을 받고, 폭력을 당한 아이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위로를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폭력의 과정과 경중에 따라 대응방법은 달라야겠지만 말이다.
제자가 이런 일을 들고 오니 갑자기 마음에 여러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