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부터 6학년까지 꾸준히 말을 안 듣는 여자 아이가 있다. 보통은 남자아이들이 학습태도가 안 좋고 과제도 안 해오는 확률이 높은데, 이 아이는 독특하게도 여학생인데 거친 향기가 느껴졌다. 더구나 질서감은 전혀 없고 외모도 정리되지 않아서 머리와 옷차림이 흐트러져 있었다.
사실 외모나 성격은 나와 그리 상관은 없으나 아이의 수업태도와 과제를 안 해 오는 것은 크게 상관이 있다. 늘 교재부터 심지어 필기도구까지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모든 과제는 철저히 해오지 않았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런 문제가 아이에겐 전혀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표정이나 말투도 전혀 사랑스럽지 않았고, 거짓말을 자주 했다. 그러니 더 사랑스럽지 않을 수밖에. 슬프게도 아이는 친구도 거의 없어 늘 혼자 다녔다. 한 번씩 나에게 찾아왔지만 아이의 거침이 불편했고, 무질서한 아이와 가까워지긴 어려웠다.
그러다 아이는 어느새 6학년이 되어 작던 키가 나만해졌다. 얼굴의 젖살도 빠지고 조막만 한 얼굴로 변해갔다. 그러나 아이의 태도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고 여전했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아이가 관계를 맺으려고 노력한다는 거다. 예전의 아이는 내 근처에서 나를 바라만 보았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하면 "아니오." 하며 가버렸다.
이제 아이는 내 자리로 성큼성큼 와서 내 물건을 만지고, 책상 위의 간식들을 달라고 한다. 처음엔 당황스러웠으나 아이가 친하고 싶다는 서툰 표현인 듯싶어 "00아, 내 물건을 막 만지면 나는 싫더라. 나한테 먼저 물어야지." "아, 그래요? 저 이 간식 먹어두돼요?" 한다.
웃음이 난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 간식을 들고 와 나에게 주는 데, 이 아이는 와서 간식 삥을 뜯다니! 신박했다. "그래? 그럼 이 간식 줄 테니 지난번 책 모두 읽고 올래?" "진짜요? 저 줄 거예요?"
아이는 이후로 점심시간마다 찾아온다. 아침 시간에도 종종 오기도 한다. 내 머리도 만지고 여전히 내 간식 삥도 뜯으며 나를 놀라게 한다. 서툴지만 한 발씩 사람과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그리고 아이는 눈으로 말한다.
"나 좀 사랑해 주세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