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 포세트의 <칠판 앞에 나가기 싫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에르반은 목요일을 아주 싫어한다. 심지어 목요일이 되면 배가 아파 학교를 갈 수 없을 지경이 된다. 알고 보니 목요일마다 칠판 앞에서 수학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에르반은 목요일이 싫었던 것이다.
나도 목요일이 싫다. 왜냐면 1111이기 때문이다. 출근길에 "아... 오늘 1111이에요. 생각만 해도 기 빨려요."라고 하니 "저도 1111이에요. 퇴근하고 싶네요."라고 화답한다. 그래놓곤 "하하하하" 우리끼리 박장대소한다. 1111들의 얼굴이 떠올라 안 웃을 수가 없다.
여기서 1111은 1학년을 말하는데 1교시부터 연이어 4교시를 1학년만 가르치는 것을 말한다. 교과로 전교생을 가르치다 보니 고학년을 가르칠 때보다 저학년을 가르치는 게 육체적으로 힘들고 때론 목이 쉬기도 한다. 쉬지 않고 말하며 주의집중을 시켜 학습까지 3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그럼에도 생긴 것만 봐도 너무 웃기다. 웃지 않고 바라보기가 어려운 아기들이다. 하나같이 움직이고 표정도 살아있고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 선생님들의 기를 쏙쏙 빼간다. 이쁜 짓을 한다고 쌕 웃어주거나 사탕하나 가져와서 앙증맞은 손으로 내어주기도 하는 아가들을 1111로 가르치면 쭉 뻗는다.
"오늘은 내가 아가들 기를 쏙쏙 빼먹을 거예요. 그래야 좀 조용하겠죠."라며 수업을 시작했으나 3교시가 끝난 뒤, 나는 책상에 얼굴을 묻고 잠시 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