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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by 영자의 전성시대

지난주 글모임이 있어 지인들과 모였다. 퇴근 후 만난 자리라 좀 피곤한 상태였으나 이들과 만날 때면 늘 시간이 지날수록 기운이 생기는 모임이었다. 이날도 축 늘어져 갔으나 1시간도 안되어 수다를 떨고 있는 내 모습! 그러다 문득 이들이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가 느껴져 마음으로 울컥하며 내 속의 마음이 말로 튀어나왔다.


"나는 좋은 사람인가 봐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진짜 좋은 사람들인데 지금 내 주위에 있잖아요. 그러니 나도 좋은 사람이겠죠." 앞뒤 맥락 없는 나의 고백에 사람들은 '뭐지?' 하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미소 띤 얼굴들이 되었다. 나의 진심이 느껴졌으리라!


사람 냄새가 가득한 정다운 마음으로 고운 말만 하는 A 씨, 비록 친구는 아니지만 친구 같은 사이로 거짓 없이 허심탄회하게 자기 속을 보여주는 B 씨, 할 말 다하면서도 상대방을 늘 배려하는 눈빛과 헤아리는 성품의 C 씨, 추임새가 "좋습니다"인 매사에 긍정적이며 포용력 있는 스마트한 D 씨, 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들과 함께 함이 감사했다.


그리고 주일날, 늘 그렇듯이 수년을 함께 한 나의 지체들과 매주 커피타임을 가지는데 조용히 이들을 관찰했다. 자기 삶보다 아프가니스탄의 난민을 걱정하며 의료봉사를 맡고 있는 A 씨, 고운 성품과 말씨로 사람을 세우고 사랑이 가득한 B 씨, 나눔과 섬김이 일상이 된 부지런한 C 씨 등 이들을 보고 있자니 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내게 기쁨이었다.


월요일이 되어 출근한 뒤, 주위에 누가 있는가 보니 역시나 나는 좋은 사람이었다. 상대의 마음을 살펴보고 맞춰주며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A 씨, 순수하고 맑은 마음으로 늘 웃어주는 B 씨, 자기가 힘들 때도 내가 힘들 때도 달려와주는 C 씨, 가끔씩 공연을 보며 함께 취미를 공유하고 예술적 이야기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D 씨, 따뜻한 마음씨로 수제 간식을 공수해 주는 바른 마음의 E 씨 등 좋은 사람 투성이었다.


나는 늘 내 속이 어떤지 점검하고, 내 감정에 대해 먼저 생각하는 사람이라 타인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다. 의식적으로 타인의 시선에 대해서도 무덤덤하려 애쓰기에 그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런 내 눈을 돌려 옆을 바라보니 이리도 좋은 이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었고,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공급해주고 있었다.


설교말씀에 "아무도 없을 때 나는 진짜 누구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았고 아득해지는 생각을 부여잡았다. 내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내 주위의 사람들로 판단하자면 일단 나는 좋은 사람임에 분명하다. 그러니 이리 좋은 사람들과 교제하고 오랜 시간 함께 해온 것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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