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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무나 하나!

by 영자의 전성시대

10년간 함께 독서 동아리에서 삶을 나누었던 분이 있다. 참 성실하고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이다. 또한 선하고 예의가 몸에 배어있는 분, 하긴 이 모임 구성원 전부가 다 그런 분들이긴 하다. 끼리끼리라고 하는데 이 모임은 참 선하다. 그래서 독서 나눔을 하고 나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인데 이분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분이다.


이런 분이 6년 전부터 일기형식의 글을 쓰기 시작했고, 작년 중랑상봉 도서관에서 책을 출간하던 내 모습을 보며 자신의 책을 내고 싶다는 꿈을 꿨단다. 10년이면 그 꿈을 이룰 거라고 기대하며 꾸준히 글을 써왔고 우연찮게 올해 중랑상봉 도서관의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 합류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몇 달간의 힘겨운 작업을 끝내고 드디어 출간된 책으로 작가와의 만남을 하는 날, 나 또한 두근거리고 설렘을 느끼며 그곳으로 달려갔다. 나를 멘토라 부르는 제자가, 나와 10년을 함께하던 동료 같은 분이, 마음을 나누는 친구 같은 사람이 책을 냈다는 게 너무 기특하고 대견했다. 다 큰 사람을 대견해하는 게 우습지만 내겐 제자라는 마음이 큰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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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반 가량 10분의 작가들이 나와 자신의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과를 나누었다. 내가 북토크를 할 때와 북토크를 하는 다른 이를 보는 느낌은 많이 다르다. '내 책을 설명할 때의 나도 저랬을까?' 하는 마음으로 진지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고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몇 분을 보면서 나이 들어서도 끊임없이 사유하며 사는 그들처럼 나도 죽을 때까지 글을 써야지 하는 마음도 가졌다.


<열두 달이 지나면>이라는 책은 그동안 모아 왔던 자신의 일기를 책으로 엮어 차분하고 담담한 문체의 에세이집이다. 소소한 삶을 소중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사는 작가가 아름다웠고, 딸이 그려 준 그림으로 만든 겉표지도 예뻤다. 읽는 동안 하루하루가, 열두 달이, 1년이 소중한 시간이고, 모두에게 같이 주어지나 모두가 같은 시간을 보내는 건 아님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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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아무나 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아무나 될 수 없다. 글을 쓸 수 있는 생각이 있어야 하고, 그 생각을 담을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가져야 하며, 글을 쓰는 행위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또한 가장 중요한 내 글을 사랑하고 진심을 담아 독자에게 대접하는 진실함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쓰는 엉덩이의 힘도 필요하다.


내 글이 책이 되는 건 감동이다. 더 큰 감동은 내 책을 읽는 독자가 생긴다는 것인데 아무쪼록 이분의 책을 읽고 위로받고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길 바란다. 그리고 책을 낸 분도 꿈이 이루어진 감동의 힘으로 더 귀한 하루하루가 되어 또 다른 열두 달을 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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