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콩이 같은 인간, 동이 같은 인간 2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

by 영자의 전성시대

부모님과 내가 만나면 우리 집 댕댕이들도 이산가족 상봉을 한다. 집안에서 인형처럼 관리받는 알콩이는 비로소 ‘나는 자연견이다’의 모습으로 정원을 뛰어다닌다. 집을 지키며 온전히 자연견의 삶을 살던 우리 동이는 비로소 관리받는 애완견이 되어 목욕재계하고 평소 들어오지 못하는 테라스에서 잠을 자고 준비해 간 화려한 간식들을 먹을 수 있다.


두 마리가 함께 산책하는 것은 마치 아령을 들고 어깨 운동을 하며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다. 그만큼의 체력 소모가 크기에 우리는 따로 산책하는 걸 선호한다. 동이는 풀냄새를 실컷 맡으며 여유롭게 이쪽저쪽을 오가며 거닌다. 그러다 어느 한 곳에 꽂히면 잡아당길 때까지 그 냄새에 흠뻑 취한다. 그러면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외부인이 나타나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을 알기에 여유롭다. 오히려 외부인이 동이를 보고 경계하기도 한다. 시커멓고 덩치가 크기 때문이다. 동이도 그걸 알기에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되 선한 눈빛을 보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결코 만만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아이의 결정적 매력은 산책시키고 있는 보호자에 대한 감사와 신뢰를 표현하고 우리로 하여금 느끼게 만들어 준다.

우리 알콩이는 어떤가? 생긴 것부터 부티 나고 고급지게 생긴 미니 비숑이다. 빗질까지 하고 나가면 사람들은 알콩이에 열광한다. “아우 예뻐라. 쭈쭈 쭈쭈”라는 소리를 언제든 들을 수 있다. 거기에 신상 원피스라도 입히면 완전 동네의 인싸견이 된다. 다만 이 아이는 낯가림이 심하고 경계심이 몸집의 몇 배이다. 그래서 지나가는 사람들이 눈이라도 마주칠라치면 1초도 기다리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왕!”하고 짖어 재낀다. 그래서 분위기를 완벽하게 싸하게 만들어, 줄을 잡고 있는 보호자로 하여금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게 만들어 준다. 자기가 가고 싶은 카페의 길을 알고 있어 들어가자고 표현하고 카페에서는 분위기를 즐길 줄 안다. 자신의 모든 욕구를 표현하며 이루고자 노력하는 열정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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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마리를 데리고 오랜만에 시골길을 산책한다. 역시나 너무 다른 두 마리 댕댕이 산책의 시작은 쉽지 않다. 동이가 성큼성큼 앞으로 나가자 그 짧은 다리로 이겨보겠다고 온몸으로 달려 나가는 알콩이, 이 아이는 심지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빨리 가려 애쓴다. 안쓰럽게 바라보며 젊은 날 나의 모습인 듯해서 마음이 짠하다. 얼마 전, 나를 찾아와 성공이 무엇인지 묻던 지인이 생각나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를 최고로 키우려 애쓰던 그분도 생각이 난다.

비가 온 뒤라 흙길이다 보니 새하얗고 뽀얀 알콩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세상 더러운 똥강아지의 모습이 되었다. 동이는 새까만 아이라 묻어도 티가 나지 않는 동일한 모습의 동이였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나는 부지런히 관리하며 사랑받는 외모의 콩이가 되고 싶을까? 그냥 관리하지 않고 자연스레 늙어가는 눈에 띄지 않는 시꺼먼 동이가 되고 싶을까?


자신의 환경에 감사하며 있는 그대로 사는 삶을 살 것인지, 열정적으로 온몸을 던지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도전적인 삶을 살 것인지, 나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어떤 태도로 살 것인지 이 두 아이를 보며 깊이 사유한다.


이 사랑스러운 두 아이에게서 오늘도 배움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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