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장한 여자 아이 하나가 들어왔다. 그런데 아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어? 자폐인가?'하고 이것저것 물어보니 대화가 가능하다. '아, 다행이다. 아닌가 보다.'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아이는 여러 특이한 증상이 있었다. 수업시간에 자기 세계에 빠져있거나, 자기 몸에 예민해서 머리라도 쓰다듬을라치면 기겁을 하고 뒤로 물러났다.
부모님이 적어주신 특이사항에는 '많이 사랑해주어야 하는 아이'라고만 적혀있었다. 교사로서 사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내 아이인데, 내 아이가 다른 아이보다 다르다고 느껴지는데 숨기는 것이 먼저인가? 아이를 위해서 무언가 해야 하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당연히 부모님의 마음이 이해가 되지만 이해는 이해고, 나타난 문제에 대해 빠르게 대처해야 아이를 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는 분명 정상적이지는 않았다. 사랑만 준다고 나아질 것이 아닌, 검사해서 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아이를 더 자세히 관찰했고 늘 그렇듯이 이 아이는 특별히 끼고돌았다. 내 옆에 앉혀 따로 지도했고 자주 눈을 맞추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어떻게 해서라도 아이와 대화를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보려 노력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갈 무렵, 아이가 밥을 다 먹고 내 옆으로 와서 얼굴을 들이밀더니 "선생님, 뭐 먹어요?" 하는 거다.
이게 아이에게는 큰 변화였기에 나는 자연스레 머리에 손을 올려 머리를 살짝 터치하며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이는 처음에 살짝 비키려다 그냥 받아들이며 조잘조잘 이야기를 했다. 나는 웃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고 "ㅇㅇ아, 사랑해. 아주 이뻐!"하고 말해 주었다. 아이는 늘 내 고백만 받고 무시했었다. 그런데 "네"하고 대답하는 거다. '우와, 여기까지도 성공이다.' 아이가 내게 반응해 주는 게 어딘가! 너무 뿌듯했다.
아이와 이렇게 매우 가까워진 줄 알았지만 아이는 여전한 모습으로 나와 거리를 두고 근처를 맴돌았다. 아마 다른 선생님들에게도 그리했을 것이다. 부모님이 사랑을 많이 주어야 한다고 했지만 아이는 진짜 사랑스러웠다. 계산하지도, 눈치를 보지도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기다릴 줄 알았다. 날것인 이 아이를 나는 참 예뻐했고 그렇게 정이 들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가 힘들어질 까봐 앞으로 더 잘해주고 싶었다.
지난주까지 가르치던 아이가 사라졌다. 전날 문자로 전학 간다는 연락이 왔고 다음날부터 안 왔다는 것이다.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고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와 함께 했던 시간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얼마 뒤, 아이의 부모님에 대한 실망과 서운함이 몰려왔다. "아이와 선생님의 관계성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는 거야? 어떻게 헤어질 시간도 주지 않는 거지? 학교를 이런 방식으로 옮기는 게 아이에게 미칠 영향은 생각 안 하시는 것인가?"라며 서운함을 토로했다.
곳곳에 아이와 함께 했던 기억이 묻어있다. 특이하고 특별한 이 아이에게 특별한 사랑을 한 나는 여기 남아있다. 아이와 제대로 헤어지는 인사만 했어도 이리 불편하진 않았을 텐데 말이다. 어떤 사람이든, 어느 사람이든지 우리는 만나서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마찬가지로 어떤 상황이든 어느 상황이든 헤어짐에 있어 서로를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운하게도 아이와 난 이 시간을 패스했다.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이의 얼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아이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