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앉아서 읽는 여행, 여행은 움직이며 하는 독서
나의 사유 에세이 10
어릴 때 무남독녀인 나는 저녁이 싫었다. 사람 좋아하는 나는 동네 친구들과 매일 놀았는데, 저녁이 되면 엄마들이 부르는 소리에 친구들은 동생이나 언니들과 집으로 돌아갔고 난 혼자 쓸쓸히 집으로 들어갔다. 집에 가면 엄마는 저녁을 하느라 나와 놀아줄 수 없었고 심심했던 나는 자연스레 책으로 손이 갔다. 그때에는 적서나 연령별 도서가 없던 터라 집에 있던 책을 무작위로 읽었다. 4학년 때 <여자의 일생>이나 <폭풍의 언덕>을 읽으며 내용도 이해 못 하면서 여자의 삶에 대해 고민도 했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잘 형성되어 지금도 생활 속에서 책은 뗄 수 없다. 주말에 가족이 자고 있을 때 혼자 나와 책을 읽을 때의 희열이 있고, 북카페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앉아 반나절을 책의 세계에서 놀다 나오기도 한다. 집의 한쪽 면에는 죽을 때까지 소장하다 유산으로 물려줄 나만의 책이 즐비하다. 내 손때와 연필로 죽죽 쳐놓은 나의 문장들, 곳곳에 끄적거리며 적어놓은 나만의 느낌들이 이 책들에는 가득하기에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
학기 중에는 책으로 나를 채운다면, 방학 중에는 여행으로 나를 비운다. 나는 여행의 기준이 없다. 여행이라면 쌍수를 들고 참여한다. 두 명도 좋고 60명도 좋다. 국내 여행도 좋고 해외여행도 좋다. 제일 좋아하고 많이 참여한 것은 해외 봉사활동이다. 필리핀의 레가스피에서는 10년이 넘게 방문하여 다양한 봉사활동을 경험했다. 태국, 네팔, 인도, 티베트 등에서 잊지 못할 경험을 하고 미얀마는 세 번이나 갔지만 각기 다른 의미의 여행이 되었다. 가는 곳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각기 다른 모양으로 나를 비우고 그들의 필요를 내어주려 애를 썼다.
‘나’는 많은 경험을 먹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고, 그것을 꼭꼭 씹어 잘 저장해 둔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저장해 둔 것들을 배설한다. 이게 내가 사는 중요한 의미가 되어 지금의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냈다.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질문 ‘왜 사는가?’와 ‘나는 누구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이에 답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머리가 쉴 새 없이 움직인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꽤 의미 있는 일이다.
더 깊이 있는 의미를 위해 남아있는 나날도 독서로 여행하고, 여행하는 독서를 즐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