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의 비밀

나의 사유 에세이 8

by 영자의 전성시대

여름 강원도는 어딜 가나 옥수수가 즐비하게 심어져 있다. 긴 나무대를 자랑하며 빽빽이 심은 곳이 있는가 하면, 한 줄로 나란히 심어 밭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어릴 때부터 옥수수는 언제든지 싼값에 먹을 수 있는 국민 간식이었다. 강원도 사람인 엄마는 앉은자리에서 열 개도 먹는 분이라서 우리 집에는 옥수수가 산더미처럼 있었던 기억도 있고, 매년 친한 동생이 화천 옥수수를 삶아 냉동한 채로 주어 맛있게 데워 먹기도 했다.


그래서 옥수수를 우습게 봤다.

작년 여름에 엄마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처음으로 가까이하게 된 옥수수는 만만한 녀석이 아니었다. 종자부터 쫀득하고 찰진 맛있는 것이 있고 푸석푸석 맛없는 것이 있어 잘 골라 심어야 하고, 중간중간 잘 자라는지 계속 신경 쓰며 보아야 한다. 다 큰 뒤에 옥수수를 거둬들이고 나서는 나무대를 잘라서 모두 뽑아야 하는데 쉽지 않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알게 된 옥수수의 비밀!


그 큰 키에 옥수수가 주렁주렁 달리는 줄 알았으나 한 대에 기껏해야 한 개의 옥수수를 수확할 수 있다. 많아야 2개 정돈데 그럴 때는 옥수수가 잘고 맛이 덜하다. 진짜 그러나싶어 자세히 보니 정말 한 대에 하나의 옥수수수염이 비죽이 나와 있었다.


저 아이는 옥수수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이 여름의 뜨거운 볕을 받아내고 폭포 같은 장마를 견디어 내는구나. 겨우 그 하나를 만들기 위해!’


집으로 홍천에서 온 옥수수가 배달되었다. 여느 때 같으면 한참을 뜯지 않고 두거나 다른 이에게 나눠줄 텐데, 바로 상자를 뜯어 정성껏 옥수수의 옷을 벗기고 수염을 떼었다. 처음으로 옥수수를 삶는 거라서,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어떻게 쪄야 맛있을지 물었다. 그리고 한 놈, 한 놈 살살 씻기고 들통에 넣어 삶아냈다. 몇 개씩 봉지에 넣어 냉동실에 넣으며 귀한 옥수수를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맛있게 먹을 상상을 한다. 그래야 옥수수에게 미안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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