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사유에세이 6
엄마가 건강상의 이유로 시골로 터를 옮긴 뒤, 그곳에 적응하느라 한동안 맘고생 몸고생을 했다. 무남독녀인 나는 멀리 있어 가까이 있을 때처럼 살뜰히 챙기지 못해 마음만 애태웠다. 그래서 여유시간이 생기면 엄마에게 가려고 노력한다. 당연히 방학이면 다른 일정을 미루고 부모님께 먼저 간다.
이왕 온 김에 나의 쉼보다는 부모님 기분전환이 우선이다. 평소 집일만 하는 부모님을 위해 이곳저곳 다니며 풍경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사드리고 싶었다. 검색하던 중 “엄마 인제가 생각보다 가깝네. 자작나무숲에 가볼래?”하고 물었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인제에 곰배령이 있다더라. ㅇㅇ아줌마는 너무 좋아서 2번이나 갔다더라.” 하셨다. 일단 “ㅇㅇ아줌마는~”이 나오면 무조건 가야한다. 이 말인 즉슨 ‘부럽다’는 말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가기로 하고 곰배령 예약을 하는데 생각보다 절차가 까다로웠다. 한 사람당 2인까지만 예약이 되고, 한 달에 한 번 이상을 예약할 수 없다. 예약한 후, 등산로와 거리, 시간, 등산 난이도, 준비물, 식당 등을 꼼꼼히 검색했다. 그리고 마음의 준비를 했다. 난 ‘등린이’다. 아니 ‘등산 태아’라고 말할 수 있다. 운동이라면 젬병인데 요즘 살기 위해 걷는 게 전부이다. 줄넘기를 50번만 해도 숨이 벅차 심장이 터지고 저학년들과 달리기 시합을 하면 꼴찌 할 자신이 있다. 그래서 내 몸이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잘 다녀오리란 결연한 다짐이 필요했다.
역시나 엄마는 일찍 일어나 간식을 바리바리 준비했고 우리는 곰배령을 향해 전투적으로 나아갔다. 날씨는 맑지 않아서 등산하기 좋았고, 원래도 이곳은 빼곡한 잎새들로 볕이 드는 곳은 아니었다. <곰배령>은 사방이 온통 잎사귀들로 둘러싸인 신비스러운 곳, 자연 상태의 날 것을 느낄 수 있는 바람직한 곳, 처음부터 정상까지 생생한 물소리를 들려주는 기가 막힌 곳, 정상에서는 기가 막힌 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 구름인지 물안개인지를 가득 깔아두어 나를 신선으로 만들어 주는 곳 등 서술할 문장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다행히 어렵지 않은 길이 대부분이었고 ‘깔딱’ 넘어가게 힘든 곳은 2킬로 정도였다. 그럼에도 나를 ‘찍’소리도 내지 않고 끝까지 올라가게 만든 가장 결정적인 힘은 멋진 풍경도 싱그러운 물소리도 나의 결의도 아니었다. 엄마는 올라가는 내내 “진짜 좋구나, 너무 행복해,”라는 말을 여러 번 하셨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감사해하며 소중해했다. 온몸에 병들을 가득 안고, 반쪽짜리 폐를 갖고, 말을 듣지 않는 팔다리를 연실 움직여가며 올랐을 그 길이 힘들었을텐데, 정작 그 입에서 행복의 고백들이 나오는 엄마를 보며 나는 힘들 수 없었다. 아니 힘들지 않았다. 엄마는 내려와서도 소중한 추억을 또 하나 갖게 되었다며 좋아하셨다.
나에게 <곰배령>은 산이 아니다. 곰배령은 엄마가 지팡이를 다리삼아 잡고 절뚝거리며 걸으면서도 환하게 웃어주던 미소다. “행복해‘라고 말하는 고백이다. 이곳은 나에게 엄마를 느끼게 해주는 아름다운 의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