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족들이 모두 늦을 때 너와 했던 밤 산책이 참 좋았나 봐. 둘이 조잘조잘 수다 떨며 알콩이 산책 겸 우리 운동을 함께 했던 시간이 꽤 큰 즐거움이었던 것 같아.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나와 달리 넌 느지막이 일어나 어슬렁거리며 잠을 깨잖니. 일어나자마자 네가 잘 자고 있는지 문 앞에서 너의 잠자리를 확인하는 것도 좋았어. 잘 자는 네 모습을 보면 안심이 됐거든. 그리고 네 방이 너로 인해 꽉 차서 허전하지 않았거든.
네가 채우는 웃음소리가 듣기 좋았어. 우리가 지나쳐버릴 농담도 너는 한참을 웃어가며 우리 공기의 빈틈을 웃음소리로 메워주었지. 그래서 우리의 대화가 끊이질 않았었나 봐.
나는 너의 질문들이 매우 귀찮고 쓸데없다 생각했는데 그 질문들이 좋았나 봐. 잠시도 쉬지 않고 나에게 말을 거는 이가 있어, 나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 것 같아.
가족이 늘 소중하다고 말하는 네가 좋았어. 이젠 내가 가르칠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가끔씩 너의 말을 들으며 다시 한번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기도 했고 말이야.
난 너랑 저녁을 뭘 먹을까? 오늘 뭘 할까? 하며 행복한 고민을 했던 것이 좋았나 봐. 정신없이 돌아가는 삶 속에서 잠깐의 쉼을 너와 함께 했으니 말이야.
그런데 이런 소중했던 걸 몰라서, 네가 하는 게 뭐가 있냐고 타박을 줘서 미안해.
가서 네가 많이 성장해서 오기를, 네가 변화되어 돌아오라고 말해서 미안해. 사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달라지기를, 너의 소중함을 처절히 깨닫고 너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고 잠깐의 이별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 네가 떠난 지 1시간도 안 된 지금에야 이걸 깨달아 미안해.
네 방을 보고, 네 침대를 보고, 네가 먹다 놓고 간 음료가 덩그러니 식탁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알콩이가 네 방에서 너를 찾는 것을 보고, 나와 네 아빠가 어색한 침묵의 허전함을 어찌해야 하는지 몰라하는 것을 느끼고, 그리고 내 맘이 텅 빈 것 같은 다 먹은 깡통이 돼버린 것을 느끼며,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자꾸자꾸 솟아나는 걸 참을 수가 없는 걸 느끼며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나 널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