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나에게 덤비는 그런 날이 있다.
왜 그런지도 모른 채 모두가 나를 향해 칼날을 세우고 나를 무찌르기 위해 한마음 한뜻으로 합심하여 나를 공격하는 그런 날. 눈에 보이는 것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실체가 없는 무엇들까지도 나를 흔들며 조금씩 내 삶에 분열을 일으키는 그런 날. 하필 날씨까지도 추적추적 내리며 그날의 분위기까지도 연출해내는 그런 날.
소중한 것은 떠나버리고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착각의 날. 차라리 생각 없이 잠잠히 있으면 좋으련만 하기 싫은 일들은 선을 넘어 나에게 넘쳐오는 그런 날. 누군가를 찾아 위로라도 받고 싶은데 주위의 그 많은 사람들 중 어느 한 명도 나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는 날. 그래서 더 내가 불쌍해 보이는 날.
어린 날에는 그런 날의 내 감정이 진짜라고 믿어 슬퍼했다. 하루 종일 마음이 쓰리고 나의 불쌍함에 처절했다. ‘왜 이렇게 잘 못 살았을까?’에 대해 심한 자책도 했다.
성장한 지금은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음을 안다. 그리고 세상이 나에게 세우는 칼날이 아니라 내가 나에게 주는 생채기인 것도 알게 되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내가 선택하는 것이었다. 공격이 들어올 때 방어할지, 나 또한 공격할지, 아니면 가만히 그 공격에 당해 주어 피를 철철 흘릴지.
이제 와보니 제일 좋은 공격은 이해와 아량이다. 공격하는 대상이 왜 공격하는지 이해를 하면 섭섭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거기에 나의 아량을 베풀면 그것은 더 이상 공격이 될 수 없다. 이걸 아는 나이기에 그런 날에는 내 감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거짓과 진실을 나눈다. 대체로 그런 날의 감정은 거짓과 허상이 만들어 낸 것이다.
지혜의 왕 솔로몬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남겼다. 격렬히 동의한다. 우리의 하루는 매일 지나간다. 따라서 그런 날도 지나간다. 거짓과 허상이 주는 그런 날 뒤에는 또한 웃을 날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하며 나를 위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