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든 잎은 각기 다른 초록을 입고 있다.
같은 잎, 같은 식물처럼 보이지만,
그 안엔 엽록소뿐 아니라 수많은 색소가 겹겹이 살아 숨 쉰다. 그 조합과 농도의 차이로 잎은 각자의 눈, 코, 잎을 드러낸다.
재미난건,
스스로를 초록으로 물들이면서도
정작 초록빛의 파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물은 초록을 거부하고, 그 거부한 빛으로 옷을 물들인다.
그 가장 필요치 않는 것, 원치 않는, 그 색이 곧 그 존재의 모습이 된다.
마치 —
누구보다 도덕적으로, 누구보다 순수하게 보이는 사람이 무의식 깊숙한 곳에 죄와 가식을 은밀히 감추고 있는 것처럼.
빛에 가까워질수록 반대편의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어둠은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다.
그저, 그 위에 조용히 빛을 비춰볼 수 있을 뿐이다.
수치심, 죄책감, 그리고 오래된 상처들 위에.
이를 스스로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용기.
그 오물이 섞인 내면의 쓰레기통을 똑바로 바라보는 태도.
그럴 때에야,
우리는 진실에 닿을 수 있다.
온전함은 완벽함이 아니다.
온전함은 — 부정된 것을 끌어안고,
그것과 함께 살아갈 줄 아는 어떤 밝은 용기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