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이 너무 일을 안 해. 업무도 다 밀려있고 툭하면 병가에 연가야. 오늘도 갑자기 오전에 병가 쓰고 1시에 출근했어. 부서원들이 나한테 와서 그 직원을 다른 팀으로 보내고 일을 할 만한 직원을 인사과에 요구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어느 팀이나 '빌런'이 있기 마련이다. 많은 팀장들이 빌런을 치워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빌런이 아니다. '조직의 상수'인 빌런을 감당하지 못하는 팀장이 문제다. 우리 팀에서 빌런을 치우겠다고 들면 팀장이 어떻게 포장해서 말하든 위에서는 "거기 팀장이 약해. 팀원들한테 휘둘려."라고 말할 것이다. 실제로도 맞는 말이다. 그런 팀장은 어느 팀에 갖다 놓아도 똑같은 청원을 할 거다. 왜냐면 빌런은 어느 팀에나 있기 때문에.
결론은 하나다. 팀장은 빌런을 감당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빌런의 존재감을 없애는 것이다. 팀장은 빌런이 팀 내에서 존재감을 갖게 두면 안 된다. 빌런이 빚어내는 문제가 문제가 아닌 걸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팀장은 다른 팀원들과 빌런에 대해 대화하면 안 된다. 빌런이 팀원들의 입길에 오를수록 빌런의 존재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팀장은 빌런을 무심히 대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다른 팀원들도 빌런에 무심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려면 팀장의 캐릭터가 중요하다. 팀장이 팀원들과 친구 내지 가까운 선후배처럼 지내면 팀원들은 팀장에게 빌런의 문제에 대해 '건의'를 빙자해 시시콜콜 얘기하기 쉽다. 팀원들의 청원을 받은 팀장으로서는 빌런을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그렇다고 팀장이 빌런을 퇴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팀장이 팀원들과 말을 섞는 동안 빌런의 존재감은 커지게 된다. 그러므로 팀장은 팀원들과 거리를 둬야 한다.
팀장은 팀원들과 거리를 두는 태도를 견지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인사 방침'을 미리 공식화해야 한다. 나는 팀을 맡으면 "업무야 다들 잘하실 테니 걱정 안 한다. 이에 더해 팀워크 빌딩에 기여하는 노력을 부탁드린다."라는 말을 한다. 고과 평가 시에도 팀워크 빌딩과 관련한 코멘트를 반드시 적는다. 이렇게 하면 팀원들이 팀장에게 와서 빌런에 대한 불만을 얘기하기보다는 웬만한 건 서로 커버해 주려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지막으로 팀장은 고과와 상벌에 있어서만큼은 단호해야 한다. 팀장이 평소에 센 캐릭터일 필요는 전혀 없다. 조용하고 부드러운 팀장일지라도 상벌에서는 똘아이다 싶을 정도로 단호해야 한다. 자신이 밝힌 인사 방침을 기준으로 그에 부응한 팀원에게 점수를 몰아주거나 그렇지 않은 팀원에게 당분간 승진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오랫동안 점수를 바닥으로 깔거나 하는 식의 집요함을 보여야 한다. 팀원들은 인사 기준이 명확하고 상벌이 그에 부합할 때 팀장을 신뢰한다. (하지만 많은 팀장들이 저항을 우려해서 고과 점수를 돌아가며 준다.)
이런 것들이 일관되게 유지되면 팀장은 빌런을 보다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 어쩌면 새로 태어나는 것과도 같을 수 있다. 팀장이 쉬운 자리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