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좋은 어른이 될 거야』를 읽고
어린 시절 부모님이 맞벌이로 바쁘셔서 집에 신경을 못 쓰셨음에도 스스로 잘 자랄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첫째, 언니랑 동생이 있어서 심심하거나 외롭지 않았고, 둘째, 부반장을 계속하며(반장은 책임이 과중해서 패스) 학교에 갓 발령받은 젊은 선생님들과 격의 없이 지냈으며, 셋째, 마니또 선배들이 잘 챙겨주어서 인 것 같다. 그리고 공부를 제법 잘해서 여러 장학금을 받았기에 학비 걱정도 없었다.
즉, 선한 부모님에 집안이 화목했고 무엇보다 주변의 애정 어린 관심과 도움 덕분이었다. 물론 초등학교 때 점심을 사 오라고 중국집에 심부름을 보내고 체벌이 일상인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힘든)도 있었고, 여중에 다닐 때는 화가 난다고 반 전체 학생의 따귀를 때린 이상한 교사도 있었지만 좋은 사람들이 훨씬 훨씬 많았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인이 되자 내가 받았던 것처럼 남을 돕고 나누고 싶어졌다. 사회 초년생이라 월급이 많지 않았으니 적은 금액을 정기후원하면서 영아원에 봉사를 다녔고, 유명 단체를 통해 한 아이와 결연도 맺었다. 그리고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땄는데, 지역아동센터에 실습을 나갈 때는 돌봄의 부재와 교육 기회의 불평등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이 책은 비영리 교육 소셜벤처 '점프'의 인터뷰집으로 지난 15년간 만났던 청소년 멘티, 대학생 교육봉사자, 사회인 멘토,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바로 대학생이 청소년에게 교육 봉사를, 사회인이 대학생에게 인생과 진로의 멘토링을, 그리고 어린 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새로운 생각과 희망을 전하는 나눔의 선순환.(김장하 어른과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이야기도 떠오른다) 나의 경험과 고민이 생각나서 읽는 내내 공감하게 되었다. 특히, 세월호 참사 때 단원고 3학년들을 대상으로 한 멘토링에 참여했던 이들의 인터뷰는 시간이 지난다고 당연히 괜찮아지는 것은 아님을, 우리도 계속해서 기억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무너지는 공교육, 깊어지는 학력 격차, 점점 잔혹해지는 학교폭력 문제들은 학교나 교사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가정과 사회와 국가가, 그리고 개인인 나 자신도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한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