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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두란 Oct 19. 2024

자연을 통해 성장에의 욕구를 일깨웁니다.

안정애착의 재형성과 피시스의 회복


요람에서 무덤까지-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 모두는 인생이 우리의 애착대상이 제공한 안전기지로부터의(짧든 길든) 일련의 여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알 때가 가장 행복하다. (Bowlby, 1988)

  

  애착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영아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린 시기에 애착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결과를 평생 부담하며 살아야 한다면 얼마나 속상할까요? 그래서 우리는 애착을 재형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텃밭과 수족관을 보세요. 안전하고 양육하기에 좋은 환경이 거기에 있습니다. 야산이나 들판에 비해 텃밭이나 정원은 아주 안전하고 성장하기에 알맞은 공간입니다. 강이나 바다에 비해 어항 속 또한 안전하고 평화롭습니다. 그러한 곳에서 자라는 동물과 식물을 관찰하거나 돌보는 경험에서 우리는 애착을 재형성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상자텃밭과 아이가 수확한 가지와 토마토

 

  제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에서도 여느 어린이집과 마찬가지로 텃밭을 가꿉니다. 여건이 여의치 않아 화분을 이용하여 간단하게 몇 가지 작물을 기릅니다. 제가 텃밭 가꾸기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식물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채소에 물을 주면 저는 채소가 되어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너희가 물을 줘서 내가 쑥쑥 자랄 수 있어. 물을 줘서 고마워."라고 채소의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들의 표정은 자기 효능감으로 가득 찹니다. 물을 주는 일은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재미있는 놀이입니다. 놀이를 즐겼을 뿐인데 칭찬도 받으니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즐겁고 자신이 자랑스럽습니다.


  애착은 아이의 신호를 부모가 무시하지 않고 반응해 줄 때 안정적으로 형성됩니다. 야산과 들판과 달리 질 좋은 흙으로 채워져 있고 병충해로부터 보호받으며 매일 아이들이 물을 주고 가꾸는 어린이집 텃밭에 자라는 채소들은 가정에서 양육받는 아주 어린 영아들과 닮아있습니다. 안전하고 깨끗한 어항 속에 자라는 물고기를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텃밭에서 채소를 기르고, 어항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경험은 우리에게 새롭게 애착을 경험하고 재형성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줍니다.



  돌봄을 받는 신생아만 애착을 형성하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돌봄에 즉각 반응하는 신생아를 통해 엄마 또한 새롭게 자신의 애착 관계를 재형성합니다. 잘 통제되고 관리되는 환경에서 민감하게 신호와 반응을 주고받는 관계를 경험해 보세요. 텃밭 활동이나 물고기 키우기 등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애착은 새롭게 연결되고 애착의 부재로 인한 어려움은 해결될 것입니다. 눈 맞춤을 피하고 타인과 소통하지 않으며 혼자 고립되는 것을 안전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 텃밭 활동과 물고기를 기르는 일은 애착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성장의 욕구 충전하기


  주말을 틈타 자연으로 나가 걷거나 쉬다 보면 자연으로부터 성장의 욕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개울에서 힘차게 헤엄을 치는 물고기들의 성장의 욕구, 싱그럽고 탄탄한 잎사귀를 넓게 펼치고 우뚝 서 있는 나무들의 성장의 욕구, 자신의 몸짓보다 더 큰 과자 부스러기를 이고 부지런히 나아가는 개미들의 성장의 욕구, 그런 자연 속에서 끊임없이 바위 위를 기어오르고 돌멩이를 물에 던지는 아이의 성장의 욕구까지! 자연은 성장의 욕구인 피시스를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간입니다.


  생각은 있지만 몸이 움직여지지 않거나, 뜻하는 바는 있지만 의욕이 없을 때에는 자연으로 나아가 성장의 욕구들을 빤히 바라보는 건 어떨까요? 자연의 힘찬 성장의 욕구를 보고 있노라면 내 안에 있는 성장의 욕구도 소망의 화살이 되어 바깥으로 쏟아져 나올지도 모릅니다. 자연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성장의 욕구를 감추지 않습니다. 오히려 상처를 입으면 더 강인하게 성장의 욕구를 뿜어 냅니다. 치유받기를 기다리며 멈춰 서지 않습니다. 기능할 수 있는 건강한 부분에 힘을 모아 더 힘차게 성장합니다.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러니 자연을 바라보며 자연이 가진 성장의 욕구를 배우고 힘을 내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아는 것은 쉽지만 행하는 것은 어렵다고들 합니다. 아는 것을 행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힘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합니다. 성장에의 욕구는 생명체의 어디에나 존재하는 활력이자 노력의 원천입니다. 그러니 자연으로 나가 성장의 욕구를 관찰하고 그로부터 힘을 얻어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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