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성장을 결단하기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인가요?
우리 사회에서는 정상인지 정상이 아닌지가 아주 중요합니다. 맞고 틀린 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그래도 정상인지 아닌지는 아직까지 중요한 화두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거나 사회의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을 때 정상인지 아닌지를 묻습니다. 저는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나누기보다는 우선 현재 벌어진 일을 그저 '현상'으로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이 올바르게 기능해야 한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면 삶이 고단하고 힘에 부칠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나의 문제, 이해되지 않는 타인, 이해되지 않는 세상까지 모든 것이 나 자신을 괴롭힐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우리가 힐링보다 그로잉을 외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치유보다는 성장이라는 가치가 모두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데 더 큰 힘을 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치유는 문제에서 시작합니다. 문제를 발견했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이 치유입니다. 성장은 현상에서 시작합니다. 출발점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거기에서 성장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치유는 상처 입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지만, 성장은 누구나 하는 것입니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는 성장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치유가 아닌 성장을 외치다 보면 모두가 옳은 존재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교류분석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긍정적인 존재라고 말합니다. 나도 옳고 너도 옳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긍정적인 존재이므로 성장해야 합니다. 삶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성장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정상화 과정을 요람에서부터 무덤까지 거칩니다.
어떠한 성장을 하고 원하나요?
여러분은 어떠한 성장을 원하나요? 저는 제 몫만큼만 하면서 살아가는 자연을 닮고 싶습니다. 나무는 나무의 일만 하고, 개미는 개미의 일을 합니다. 그런데 지난 시간 저는 나의 일이든 남의 일이든 다 내가 하고자 난리를 쳤던 것 같습니다. 조직을 잘 이끌려고, 가정을 잘 이끌려고 일을 나누어주지 못한 채, 완벽하게 해내려고 혼자 온갖 일을 다 했습니다.
이제 저의 목표는 딱 나의 몫만큼만 하고 잘 쉬고 만족하는 삶을 사는 것입니다. 저에게는 이 목표가 잘 이루어진다면 저는 성장했다고 자신할 것입니다. 저의 성장은 못하는 것을 잘 해내는 것이 아닙니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을 적당히 멈추는 것입니다. 부족함을 채워서 완전함을 이루는 것을 치유라고 한다면, 성장은 균형을 이루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살아있는 동안은 끝이 없기 때문에 성급하게 할 필요도 없습니다. 평생이 성장의 시간이니 느긋하게 가도 좋습니다.
자연을 잘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균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친정의 정원에는 철마다 예쁜 꽃들이 앞을 다투며 핍니다. 하지만 서로의 자리를 넘보거나 철을 앞당기거나 늦추어서까지 주목받고자 하는 꽃은 없습니다. 딱 제 몫만큼만 하고 다시 땅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그다음 해가 되면 딱 그 자리에서 또다시 얼굴을 내밉니다. 저는 그런 꽃들을 보면서 나 또한 욕심부리지 말고 타인의 성장의 기회를 빼앗는 욕심쟁이가 되지 말자고 항상 다짐합니다. 하지만 종종 그 목표는 잊고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원하는 성장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타인의 평가나 사회의 잣대로 재단될 필요가 없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성장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성장을 하기를 원하나요? '당신은 이게 문제야!'에서 시작하는 성장은 성장이 아니라 치유입니다. 나아야 하는 병이라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보세요. 그리고 '나는 좋은 사람이야,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나는 이러한 면을 성장시키고 싶어.'라는 대화를 자기 자신과 나누어 보세요.
성장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성장합니다. 그리고 평생 성장합니다. 그러니 성장한다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대놓고 성장하세요. '아무도 모르게 숨어서 성장한 후 '짜잔~'하고 보란 듯이 멀쩡한 모습을 보여줘야지!' 하는 환상은 갖다 버리세요.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성장의 결과를 기대하고 꿈꾸다 보면 성장의 과정을 즐기지 못합니다. 과정이 없이는 결과는 없습니다. 결과만 꿈꾸다가 성장을 포기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괜찮은 사람이기 때문에 여기저기 채우고 비우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치유가 아닌 성장의 즐거움과 당당함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정말 제 자신이 한심해 보이는 점은 음식을 먹을 때 여유롭고 우아하게 먹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음식을 허겁지겁 먹을 때면 아무리 제 자신을 긍정적인 존재로 보려고 해도 그렇게 보아지지가 않습니다. 특히 혼자 있을 때면 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눈치 볼 누군가가 없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까운 사람들에게 저의 목표를 올해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사람들은 믿지 않았지만, 저는 마음이 홀가분하고 편안해짐을 느꼈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다 알았어. 그래, 이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야. 나는 성장할 거야. 음식과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깊은 곳에서부터 일어났습니다.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지 않으려면 치부를 치부로 여기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자기 자신의 존재를 허가하고 타인과의 친밀을 허가하고, 세상과의 연결을 허가한다면 나의 문제를 타인의 지지를 받으며 해결할 수 있음을 알아차려보세요. 앞선 글에서 '나 자신이 되어도 좋다는 허가'와 '타인과 친밀해도 좋다는 허가', '세상과 연결되어도 좋다는 허가'에 대해 알게 되었을 것입니다. 저는 이 세 영역의 허가를 잘 주고 사는 것을 '자기 돌봄'이라고 여깁니다.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를 돌보는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잘 돌보세요. 그것이 성장입니다. 성장을 돕는 사람들은 타인을 잘 돌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식물에게 야단을 치는 사람은 없습니다. 노력하라고 다그치고, 성과가 없다며 몰아세우는 것은 성장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야단치지 말고 돌봐주세요. 자연이 자연을 돌보는 딱 그만큼만 우리 인간도 보고 배워서 자신과 타인을 돌보기를 바랍니다. 그만큼만 해도 충분합니다. 노력하고 애를 썼지만 결과가 없다고 한탄하고 비난하지 않아도 됩니다.
교육의 목적은 그저 어제보다는 조금 더 나은 오늘의 성장입니다- 그러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성장할 것을 결단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