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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에서

by 나땅콩







나뭇잎들이

허공의 맨 살에

푸른 물감으로 옷을 입힌다


또한 모습대로

가지를 펼친다

손가락 새로 잎을 틔워 허공을 부른다


무구한 순수

툭툭 떨구더니 넘나들어

가득 채워지는

열린 틈


굴렁쇠를 굴리며 가는 소년이

가던 길을 되돌아

한바탕 꿈이라며 웃는다

괘종시계의 나이테는

낮은 진자음을 변주한다

바람이 새파랗게 눈을 뜬다


좋아 보여

너 있음을 내가 안다

그러하니

너 역시 나를 느끼겠구나


작은 새 한 마리 날아든다

가지와 가지 사이

나뭇잎 번져간다

움직임이 내게 닿는다

기어이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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