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귀퉁이에는 못이 솟아있었으리라
요강단지를 들여놓으며
들썩이지 말고 가만가만 자야 한다는 베겟머리 저녁기도 모로 누이면
잔 이를 드러낸 물고기들이 그물 잔등에 코를 박았다
모기장은 수만의 창
할머니의 잠수함은
해치를 닫아거는 고래의 몸속,
원장님의 보자기는 크고 넓어서 온전히 나를 감싼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우리는 함구하기로 한지 오래,
거울에 뒤엉킨 우두커니를 바닥이 함부로 흩어놓지 않게 하기 위해
가위에서는 연신 타액이 흘러나온다
들어오는 만큼만 내보내거나
살아지는 만큼만 살아가라는 경고가
머리의 경사도를 건드릴 때마다
네모로 단죄되는 자판기의 허우대
내장의 굽은 통로에 삐걱대는 용수철 소리
바깥구경에 한창인
나의 이모(耳毛)의 샅을
원장님은 오늘도 발라낸다
세상 끝의 털들을 모조리 정리하는 날
그녀의 숙원이 풀릴 거라는 음탕한 아랫도리 아기소변 같은 종이컵의 액체가 흘러넘친다
배추들이 몸집을 부풀려 간다
이주한 형제들은
성성한 놈과 비실비실한 놈과
흔적조차 녹아버린 무덤들
한 줄로 섞여 대열을 이루기 마련,
벌레집으로 허물어지는
불면의 머리통이 붉은 눈알을 부라리며
숨을 거둔다
이 계절은 밤마다 외계로 떠나는
저 반딧불이의 유체이탈을 알기나 하는 걸까?
저만치 호미든 할머니가 내려오신다
펑퍼짐한 치마단의 연한 겉잎 파 먹히고
귀밑머리를 더듬는 촉수
이윽고 귓속으로 들어간다
원장님의 가위질을 희롱하는 벌레들
결구를 헤집어 무수한 걸 슬어놓는다
두피 속에 벌레들과
바닥에 걸터앉아 참빗으로 머리를 빗으시는 할머니는
마침내 꿈속으로 들어가 고치를 잣는다
장독대와 담장 우러르는 단감나무 결실
젖먹이 송아지들의 우유가 되고
밤마다 강물을 떠다니는 참외로 익는다
빛의 과육은 언제고 다디달다
크리스털 미용실에 입구는
몸집 부푸리는 배추밭
원장님은 애벌레를 손질하고 머리 감긴다
할머니는 배추를 이고와 문턱을 넘는다
이제 자야 할 시간, 모기장을 둘러친다
내 등에는 한쌍의 동그란 날개가 자란다
망사옷을 걸친 여자들이 도열해 있는 거리를 날아다닌다
무한정의 꽃 무더기가 피어나는 언덕 어딘가 나비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불어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