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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가만 가을

by 나땅콩






가지가 꺽일정도로 매달린 대추를 바라봅니다

그새 붉어져 등불 비춘 듯 밝습니다

열매를 거두려거든 꽃 필 때 약을 쳐야 벌레가 못 들어간다는 말씀 스쳐갑니다

대추나무와 열매 속에 애벌레와 해마다 농익어 가는 나 또한 듣습니다만

아무렇지 않게 대추 한 알 깨뭅니다


먹어도 되나요?

가져가도 되나요?

사람들은 누구나 갖고 싶은 것을

둘 중 하나로 물어가며 대추나무에게 다가갑니다


약을 안쳐서 벌레가 많아요

알아서 하세요

내준다는 허락을 사람의 말로 대신합니다


뒹구는 것은 놔두고

나와 같이 사람들은 높은 데를 베어뭅니다

벌레 없는 통째

깨끗하게 정화된 여름날을

대추나무는 쥐어줍니다


총총한 가지 사이로 눈뜨는 시선

입안 가득한 파안대소

창공은 만선을 환영합니다


벌레랑 름없는

사는 일이

대추나무 같아야 한다는 생각

호주머니에 담아 뒤돌아보니

이상하게도 대추열매 줄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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