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병동 우리 4인실 병실 사람들...

짧지만 함께 했던 분들.. 모두 평안해지시길

by 어느날 문득

내가 입원한 암병동은 5, 6, 7층이 다 입원실인데 입원한 동안 모든 층의 병실이 다 찰정도로 암환우분들이 많았다. 이렇게나 암 환자가 많다니ㅜㅜ


그중 나는 6층에 입원했고 4인실을 썼다. 자리배정은 창가가 아닌 문쪽이었는데 어둡게 자는 나는 오히려 좋았다. 물론 입원 내내 잠을 잘 잔적은 없었다. 낮이고 새벽이고 혈압을 재고 채혈을 하고 기타 다른 이유로 깊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입원했을 때는 항상 커튼을 치고 있었고 낯선 환경과 수술이라는 불안감에 주변에 전혀 신경을 못 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병실 환우 분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내 앞자리에는 엄마가 환우분이셨고 남편이 상주하셨다. 초등생 같은 어린 아들 둘이 항상 찾아와 다복하고 북적이는 가족이었다.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엄마가 거동을 전혀 못하신다는 걸 알았다. 암 발견이 늦어져 손 쓸 수가 없단다.... 엄마는 항상 아이들의 밥을 챙겼는데ㅜㅜ 아이들의 목소리가 해맑아서 너무 마음이 착잡했다. 남편분이 온종일 케어하시고 밤에는 곤하게 주무셨는데 코를 심하게 골으셨다. 초기에는 너무 신경 쓰였는데 우리 병실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으셨다. 그 노곤함을 다 알기 때문에... 그분들은 며칠 후 호스피스로 이동하셨다.ㅜㅜ


병실이 비자마자 바로 다른 분들이 채워진다. 이어서 오신 분은 정기적으로 항암제를 맞으시는 분들이셨다. 기침이 오래가고 심해서 검사를 했는데 폐암을 진단받으셨다고 한다. 처음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오신 듯... 모든 것이 익숙해 보이셨다. 건장한 아들이 보호자로 오셨는데 어찌나 아들이 살갑게 잘 챙기던지 보기가 좋았다.


많은 분들이 이렇게 며칠 입원하면서 항암제를 맞고 가신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의 옆자리도 퇴원하시고 새로 오셨는데 너무 싹싹하시고 에너지가 넘치시는 분이셨다. 가슴에서 단단한 구슬 같은 게 만져져서 유방암으로 오셨다고 한다. 병원 결정하는 그 짧은 기간에 암이 급격히 커져서 항암으로 줄이고 수술을 하실 예정이라고...


이 두 분 다 머리카락이 없으셨고 항암 부작용도 호소하셨지만 부정적이지 않고 휴게실에서 소통도 하시며 항암의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나도 이때는 항암의 여부가 아직 결정 안된 터라 항암에 대한 두려움이 클 때였다. 나도 저렇게 긍정적일 수 있을까.


우리 병실에 가장 안쪽 창가자리에는 췌장암 4기 환자분이 계셨다. 아주 젊으신 여자분인데 발견이 늦으셨다고 했다.ㅜㅜ 간병인과 계셨는데 아들이 사회초년생이었다. 아직 어려 보이는 아들과 엄마는 자주 다투는 것처럼 보였는데 엄마는 아들이 회사를 자꾸 빠지고 오는 게 신경 쓰이셨나 보다. 엄마는 얼른가라고, 아들은 왜 자꾸 가라고 하냐고.... 다투시는 게 왠지 애틋했다.


엄마는 손을 쓸 수가 없고 진통제로 고통을 삼키고 계셨는데 ㅜㅜ 모든 치료를 거부하셨다. 암이 커서 담액이 배출이 안돼 황달이 올 수 있다고 배액줄을 해야 한다고 오셨는데... 엄마는 정말 오래 고민하시는 것이었다.


커튼은 치고 있지만 듣고 싶지 않아도 상황을 모두 들을 수 있었던 나는 ㅜㅜ '제발 받으세요 저도 배액하고 있는데 조금이라도 편안하시게 제발 하세요 '속으로 계속 받으시길 빌었다. 모든 걸 포기하신 엄마는 지금 그걸 달아 바뀌는 건 없다고 배액을 포기하셨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ㅜㅜ 밤마다 진통제를 찾으셨고 약기운에 잠을 주무시는 듯했다ㅜㅜ


여기 많은 환우들이 술 담배나 나쁜 식습관으로 암이 걸린 걸까.... 그런 분은 극히 일부고 대부분은 어느 날 갑자기 암이라는 상황을 마주친다. 술 담배 입도 안 대시는 분이 폐암에 걸리고 운동을 늘 하시는 분도 암이 찾아온다. 암은 잘못을 해서 받는 벌이 아니다. 그 누구도 암에 걸릴 수 있고 그게 하필 나인 것이다 ㅜㅜ

저 엄마도 무슨 죄일까 그냥 운이 없었던 것이다.


수술 후 병실 내 운동을 하다 보면 병실입구에 환우분들 나이가 보인다. 70, 80대 연세가 많으신 분들도 20대 어린 환자도 있다. 이 6층 병실에 외과 수술로 입원한 환자는 나 포함 딱 3명뿐이다. 조기암을 수술로 절제를 한 사람이 고작 3명이라니...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행운인지 이때 새삼 느꼈다 ㅜㅜ


밤사이 6동 병실에 '아이고 아이고' 고통을 호소하시는 남자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암 말기로 돌아가셨던 아빠도 저러셨을까. 병원에서 입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암병동의 아픔, 슬픔이 느껴졌다. 환우 분들 모두 평안해지셨으면 좋겠다. 그 어머니도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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