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선생님보다 더 훌륭한 사람이 되면 좋겠어. 여러분의 재능을 마음껏 꽃 피우고 이 세상을 좀 더 좋은 곳으로 만들어 주세요."
'청출어람'이라는 사자성어를 설명하며 덧붙였다. 진심이었다. 난, 어린이들이 이 세상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디스토피아만 상상되는 뉴스를 보다가 9살 아이들을 보면, '아직 이런 세상도 있구나' 싶다.
동물학대에 대한 이야기만 들어도 얼굴을 찌푸린다.
체벌이 있었다는 게 사실이냐며, 그렇게 사소한 일로 때렸냐며(9살 입에서 나온 말임) 소스라치게 놀란다.
'범인은 모방하고 천재는 훔친다.'라는 말에 감명받아 아이들에게 "교과서에 나온 글에서 핵심 아이디어를 훔쳐보세요!"라고 말하자 아이들이 급히 손사래 친다.
"싫어요! 전 도둑 되기 싫어요!"
"ㅋㅋㅋ그래, 배운다고 하자."
물론 아직 어려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말이 곧 법인 경향도 크겠지만, 확실히 내 학창 시절과 결이 달라졌다고 해야 하나. 훨씬 섬세하고 자기 생각이 있다. (모두가 그렇진 않겠지만)
오늘 양말과 파쇄된 종이를 이용해 반려동물 만들기를 했다. 예상은 했지만, 파쇄종이 부스러기가 온 바닥을 눈처럼 덮었다. 아이들에게 대충 쓸게 하고, 하교 후에 내가 한참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던 찰나, 두 학생이 열심히 쓰는 것이다.
이면지에 '청소 중 방해하지 마세요'를 삐뚤빼뚤하게 써서 붙이기까지 했다. 쉬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한참을 쓰는 것이다.
"얘들아, 충분히 쓸었으니 좀 쉬어. 선생님 정말 감동이야."
"저희는 이게 쉬는 거예요!"
재밌게 청소하고 있으니 말리기도 뭐해서 그냥 두었다.
"포기 안 해!"
작은 빗자루로 쓸어도 쓸어도 부스러기가 나왔지만 끈기 있게 치우는 두 어린이. 내가 부스러기와 일반 쓰레기가 섞여 있는 걸 그냥 버리려고 하자 안된다며 종이를 기어이 분리해서 재활용함에 넣는다.
"어머나, 너희가 정말 선생님보다 낫다. 청출어람이다. 너희가 정말 희망이다."
이렇게 폭풍 칭찬해 주었다. (난 이런 문어체적인 느끼한 말 잘한다 ㅋㅋ)
화장실 세면대 거울로 나와 아이들이 나란히 선 것을 보면, 아이들이 정말 작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내가 키가 큰 편이기도 하지만, 정말 내 다리만 하다. 동시에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하나는, '이렇게 조그마한 아이들인데, 아직 잘못할 수도 있지. 너무 뭐라 하지 말자.' 하는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작은 아이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까?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쑥쑥 자라겠지?' 하는 생각이다.
팍팍한 세상 속에서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주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는 건 정말이지 큰 행운이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많이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