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이 돌덩이였다. 책, 태블릿, 학교에 두고 온다는 걸 깜빡한 색종이 묶음 녀석들 때문이다. 신촌역에서 바로 지하철을 탈까 했지만, 비 온 뒤 청정공기 속 산책은 놓칠 수 없었기에 홍대 입구역까지 걸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어깨는 아팠지만, 시원한 밤공기가 마음을 가볍게 해 주었다.
"up & down round & round Hit the spot, spot, spot, spot엎치락뒤치락 정신을 왜 차려, 왜? "
경의선 숲길을 지나고 있었는데, 내가 요즘 한창 꽂힌 지코와 제니의 노래가 들렸다.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모를 남녀 무리가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나보다 10살에서 20살은 더 어릴 수도 있겠으나, 난 속으로 읊조렸다.
'개 멋있어...'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청춘이고만."
더 걸어 나오니 꽤 많은 관중 가운데서 박재정의 '헤어지자 말해요.'를 열창하는 청년이 있었다. 역시 개 멋있었고, 청춘이란 생각이 절로 들었다.
난 왜 저들에게 순식간에 매료되다 못해 부러워했을까? 그들은 눈치를 보지 않고 (혹은 눈치 보여도) 하고 싶은 걸 표현(혹은 폭발)하는 에너지를 내뿜고 있었다. 그 아우라는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근사했다. 날 사로잡았다. 내가 10대, 20대 때 잘하지 못했던 선택과 행동을 하고 있어서 계속 눈길이 더 갔다.
'나이가 뭐가 중요해? 마음만 청춘이면 되지!' 하며 '청춘'의 뜻을 찾아봤더니 네이버 사전이 날 나이로 후드려 팼다.
십 대 후반에서 이십 대...
생물학적 나이 때문에 남들은 인정 안 해줘도, 철없다 해도... 나 혼자 [내 나이 - 10] 해서 청춘이려니 하고 살련다. 왜냐면, 눈치 보며 하고 싶은 거 안 하고 날 속이는 거 더 이상 못하겠다. 지겹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마음껏 사랑하며 그리고 나를 표현하며 살 거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 취향과 열망이 무엇인지 하나 둘찾아갈 거다.자연스러운 열정을 내뿜는 청춘 에너지를갖출 날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