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들 May 08. 2024

9살의 낭만

영롱한 아름다움을 보다


"선생님... (작은 소리로 무슨 말을 함)"

한 아이가 쭈뼛거리며 말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나 해서 아이가 친구와 있던 자리로 함께 가보니 네 명의 여학생이 고개를 숙이고 다소 경직된 자세로 또 작게 무슨 말을 한다.

"네?"

"선생님한테 이거 주고 싶어서요..."

한 아이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토끼풀과 들꽃을 고무줄로 엉성하게 묶은 꽃다발이었다. 크기는 아이들처럼 앙증맞았다.

"아니! 선생님 주려고 만든 거예요?!"

"네~ 히히"

그 순간 나는 무장해제되었다. 그 자리에서 녹아 없어져버렸다.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망설이고 말을 잘 못하길래 다툼이 생긴 건가 걱정했던 터라 반전이 더 컸다. 부끄러워하는 것도 너무 귀엽잖아...

"선생님 꽃집 차려야겠어요!!"

나는 호들갑을 떨며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그 이후로도 공원을 누비며 꽃을 찾아왔다. 내가 꺾지 말라고 했더니, 떨어진 걸 찾으러 다니느라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그리고 다른 학생들에게서 몇 번의 꽃다발, 토끼풀 반지, 팔찌를 받았다. (경쟁이 붙은 것 같기도^^;) 고사리 같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토끼풀 한 떨기를 내 귀에 꽂아주는 아이도 있었다. 계속 마음이 녹아내렸다. 심장이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해졌다. 이 순간은 세상 어느 누구도 부럽지가 않았다. 


오늘 뭐가 제일 재밌었냐고 물으니, 선생님 꽃다발 꾸며준 거라고 하는 아이도 있었다. 주고 싶은 마음을 순수하게 표현하는 아이들. 그들의 수줍은 미소가 생생하다. 내가 기뻐하는 장면이 그들의 마음속에 남기를. 앞으로도 거절당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며 성장하기를.


꾸밈없는 마음을 받으니, 나도 아이들을 위해 재밌는 활동 준비하고 싶고, 칭찬하는 말을 많이 해주고 싶어졌다. 내일은 대충 입고 출근하지 말고 예쁜 옷을 입고 갈까 한다. 더 좋은 교사,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사랑을 더 주고 싶다.

자연스러운 사랑의 선순환. 아름답다.


오늘 기분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

영롱하다


맑은 아름다움을 보았다. 

그 아름다움은 한없이 부드럽지만, 파급력이 상당했다.

아니, 매우 강했다.



작가의 이전글 청춘(靑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