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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bin Mar 24. 2024

책은 나에게 어떤 의미냐면

책이 주는 위로

나는 원래 책을 극혐 하던 사람이다. 어린 시절, 우리 엄마의 직업은 사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이었다. 학원 선생님이기도 했고, 우리 집이 공부방으로 운영되기도 했었다. 교육자의 집안이라 그런지 거실의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우는 책장이 있었고, 그 책장은 책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모두의 예상과는 다르게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책조차 재미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을 정도로 책에 흥미가 없었다. 학교에서 '권장 도서 읽기' 숙제가 있어도 네이버 블로그에서 줄거리를 찾아보던 기억뿐이다.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반에서 항상 1, 2등을 다투며 여기저기 점수를 자랑하고 다니던 내가 고학년으로 올라가면서부터 나의 성적은 그대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나는 탄탄한 기초에 강한 사람인데 어렵게 응용되는 문제들을 끊임없이 풀어야 하니 정신이 없으면서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부터 공부에 흥미를 잃기 시작하며 내가 좋아하고 재미있는 과목만 열심히 했다. 대학생 때까지도 좋아하는 과목은 우수했으나 선호하지 않는 과목들은 평균을 겨우 넘기거나 평균 이하였다. 특히 국어가 약한 과목 중 하나였다. 글을 읽으며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항상 어려웠다. 글을 읽다 보면 앞의 내용은 하나도 기억이 안 났고, 내용 정리조차 안 됐으며 글쓴이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었다. 나의 읽기 능력이 꽝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잘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그렇게 살았다.


그런데 성인이 되고 난 후, 내가 사람을 대할 때 자연스럽지 못하고 뚝딱거리는 ’ 뚝딱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20대 초반 당시 나의 가장 큰 목표이자 고민은 ‘뚝딱이에서 벗어나기’였다. 나의 뚝딱이 같은 행동은 항상 내 행동에 대한 후회를 만들었고, 그중에서도 가장 자주 하던 후회는 ‘아, 그때 이렇게 말할걸!’이었다. 그래서 ‘말을 조리 있게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하다가 책을 읽어보자고 다짐했다. 그 당시 종이책과 전자책 중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나의 목표는 시간이 날 때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이라도 책을 읽는 게 목표였기에 전자책을 알아보던 중 '밀리의 서재'라는 앱을 알게 되었고, 일단 한 달씩만 결제하면서 이용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물론 책을 고르기도 어려웠고, 책을 언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냥 막무가내 내가 관심 있는 요리책, 아이패드 사용법, 짧은 에세이 등의 책을 골라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 한지 2달쯤 되었을 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책의 표지가 너무 신비롭고 예뻐서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열, 책이 너무 재미있었다. 보통 사람들은 꿈을 꾸면 깊이 못 잤다고 아쉬워하는데 나는 꿈을 꾼 날은 오히려 기분이 좋고, 무슨 꿈이었는지 꼭 기억하고 싶고, 현실과는 다른 꿈의 세계가 신기하고 재미있다. 그런데 그 책이 딱 사람들이 꾸는 꿈과 관련된 꿈의 세계에 있는 꿈에 대한 회사에 대한 내용이었다. 나는 읽는 내내 너무 흥미로웠고 심지어 어느 부분에서는 감동을 받아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 책을 읽고 난 후 나는 여운이 가시질 않았고, 그 책 덕분에 책 읽기가 기대되고 즐거워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매년 결제하며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는 어엿한 4년 차 구독자가 되었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책을 미치도록 읽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1권도 못 읽는 달도 있고, 5권이 넘는 책을 읽는 달도 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읽을 때만 생각해도 등장인물의 이름도 못 외우고 앞 내용을 잊어버려서 스토리의 흐름도 끊겨 최소 2번은 읽어야 이해가 갔고, 읽는 시간도 꽤 오래 걸렸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기간 책을 읽었는데 나에게 얻어진 것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사실 잘 몰랐다. 그래서 잠깐 책 읽기에 흥미가 조금 떨어져 한두 달 정도 책 반 권을 겨우 읽었던 때가 있다. 그런데 그때 마침 내가 힘든 시기를 겪으면서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근데 시간이 많기도 하고, 책에는 좋은 말들이 있으니깐 혹시 책에서 좋은 해답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책을 열심히 읽었다. 한 달 동안 거의 12권의 책을 읽을 만큼 시간이 있으면 계속 책만 읽었던 것 같다. 그러고 나서 깨달은 것은 내가 그동안 읽어왔던 책의 내용들이 이렇게 힘든 일이 있을 때 꺼내 쓸 수 있게 나의 마음속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던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의 속상한 마음에 대한 다양한 해결점을 찾을 수 있었고 12권의 책을 읽으며 깨달았던 순간순간에도 그전에 읽었던 많은 책의 내용이 덧붙여지면서 더 큰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마음이 힘들 때, 책을 읽으면 위로도 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밀리의 서재에 나의 독서 기록이 나오는데 책을 유독 많이 읽은 달을 보면 내가 심적으로 조금 힘들었을 때인 것도 깨닫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힘들면 책을 찾고 있었다. 나는 책으로부터 위로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이제는 시간이 많은 날에는 책 한 권을 앉은자리에서 뚝딱 읽을 수도 있고, 가끔은 좋은 책을 친구들에게 소개해줄 수 있을 만큼의 지경에 이르렀다. 큰 기대 없이 꾸준히 읽기만 했더니 나도 모르게 성장했던 것 같다.


지금껏 책을 읽으며 느낀 점은 책을 통해 내가 실제로 겪어보지 못하는 세상을 겪어보면서 더 넓은 시야로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 같고, 생각도 깊어지고, 좋은 글을 많이 보는 만큼 글을 잘 쓰지는 않지만, 글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는 것 같다. 그리고 책으로부터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책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하루에 다섯 페이지씩이라도 읽으면서 흥미를 느껴 나에게 맞는 종류의 책이 무엇인지도 알아보며 즐겁게 책을 읽어 따듯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바쁘다는 핑계로 잠시 주춤했던 독서 습관을 다잡고 나도 책을 다시 열심히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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