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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Feb 02. 2024

내 글이 조회수 70.000? 이게 무슨 일이고



지난해 5월의 '그녀의 분냄새'라는 글을 써서 브런치스토리에 보냈다. 일주일 뒤 합격이 되었다는 메일이 왔다. 나는 단 한 번의 도전으로 브런치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다. 내 글이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그때의 기쁨과 환호, 감격을 어찌 글로 표현하랴.

진짜 작가가 된 것 마냥 들떠서 글을 써서 올렸다. 당장 글감이 없으면 블로그나 밴드에 미리 써 놓았던 글을 수정해서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내 글에 라이킷 수는 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대감은 내 글은 읽을  만한 글이 아니구나 라는 자괴감으로 바뀌었다. 바람을 가득 넣은 풍선처럼 빵빵했던 내 기대감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이내 푸욱 꺼져버렸다. 기대는 실망으로 이어지고 한동안 글을 올리는 것에 소홀했다.


 사실 나는 '어제의 일기'라는 콘셉트로 4년 넘게 매일 아침 한두 시간씩 글을 써 왔다. 내가 포기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가입해 있는 밴드에 출석글을 쓰기 때문이다. 그 일은 밴드 회원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에 단 하루도 건너뛸 수 없다. 귀촌 후 시골에서의 일상. 35년째 같이 사는 남편의 행동, 나의 말투, 내 아이들의 언어 등등   주변의 모든 사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했글감이 무엇이던 내게는 소중한 글감이었다. 덕분에 그냥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을 더 의미 있게 보내게 되었다.


 다시 브런치 스토리의 이야기를 해 보자. 작가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기대감이 사라지니 브런치에 내 글을 올리는 일이 소홀해졌다. 그즈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 이진숙 작가님에게 글쓰기를 배우고 있지만 전문적으로 공부하지 않았다. 그러니 내가 누구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작가가 되려고 글을 쓰는 건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소중한 나의 일상을 기록하고 싶어서,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응어리들을 꺼내 치유하고 싶어서 시작한 글쓰기였다.

그러니 구독자가 늘지 않아도 조회수가 죽죽 올라가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단 한 명이라도 내가 쓴 글을 읽고 공감해 주면 그것으로 감사하자고 다짐했다. 그렇게 다짐한 이후 거의 매일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그 이후 구독자수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어떤 글은 생각지 못했던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고 매일 꾸준하게 글을 올리던 중 어제의 일이었다.

남편이 장가르는 일을 도와준다는 게 귀한 장소금을 닭장에 버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난 그때의 애가 타는 심정을 글로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글을 올린 후, 진동으로 설정해 놓은 핸드폰이 하루종일 떨었다. 왜 이러지?라는 생각으로 폰을 열어 브런치로 들어갔다.

인기글이 실시간으로 뜨는 그곳에 내 글이 떠 있었다.  나는 믿을 수 없었다. 아니 그 화면을 보고도 믿어지지 않았다. 보고 또 봐도  작은 거인의 글이었다. 조회수가 5만을 돌파했다. 구독자수가 늘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고?


 저녁을 먹고 그 상황을 남편에게 전하며 '당신 실수 덕분에 재미난 글을 쓸 수 있는 글감도 생기고 조회수도 늘고!'라고 했다.

 남편은 '축하해!' 라며 '거봐 다 내 덕이잖아!'라는 공치사를 빼놓지 않았다. 뒤이어 '내일은 또 어떤 실수를 해서 당신 글감을 만들어 줄까?'라고 했다.

나는 "남편님아! 당신 아니어도 글감은 천지 삐깔이니 제발 실수만 하지 마세요!라고 했지만, 지금도 나는 남편의 실수 덕분에 글을 쓰고 있는 연장선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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