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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May 12. 2024

마음이 쉬어 가는 곳


 몇 년 전에 남편은 현관 입구에 걸겠다며 가죽나무를 깎아 만들어 두었다. 그리고 내게 적당한 문구를 생각해 놓으라는 숙제를 내주었다.
하지만 나는 고민만 하다가 지금까지 숙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현판 문구를 공모도 해봤지만 예치골과 어울리는 '이거다!' 하는 문구가 없었다. 나 또한 몇 년째 생각에 생각을 해보지만 적당한 문구가 떠오르지 않았다.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음악을 틀고 마당으로 나왔다. 스피커에서는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이 흘러나오고 있다. 습기를 머금은 바람이 숲의 향기를 몰고 다닌다. 새들이 지저귄다. 집 아래 호수는 운무를 피워 올린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모든 것이 평화롭다.
그 풍경이 아름다워 동영상을 찍는데 뇌리에 스치는 문구 하나가 있었다.

   '마음이 쉬어 가는 곳'

 마음이 지친 사람들, 아픈 사람들이 예치골에 와서 조금이나마 쉬어 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리라.
 현판으로 사용하려고 손질해 둔 나무는 창고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이제 그 나무를 슬슬 깨워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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