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Jul 26. 2024

이유 있는 오지랖


  바느질 재능기부로 짬짬이 만들어 두었던  파우치를 들고 모임장소로 갔다.
 소창으로 생리대를 만들어 도착한 회원들과 인사를 하고 서둘러 포장을 끝냈다.
이번에 포장한 물건은 캄보디아로 간다고 했다.
 두 달에 한 번씩 모이는데 매번 장소를 제공하는 집주인이 비빔밥을 준비했다. 귀찮고 번거울 텐데도 늘 웃으며 준비해 주니 우리가 할 일은 맛있게 먹어 주는 것뿐이다.

 천 생리대를 만들어 이웃 나라로 보내는 일을 하는 달맞이 모임은 후원금으로 운영된다. 그러다 보니 늘 자금이 부족하다.
회원들은 부족한 자금을 채우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그런 사정을 아는 개인들이나 소규모 단체에서 후원금을 지원해 주기도 한다. 이번에는 산청 지속가능발전 협회에서 버려지는 물건을 이용해서 제품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회원들은 바느질을 하는 모임이기에  입지 않는 옷이나 폐현수막을 이용해 각자가 만들 수 있는 것들을 만들기로 했다.
그중에  한 회원이 청바지를 이용해 가방을 만들었다며 가지고 왔다.

멀리서 본 가방의 디자인은 예뻤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본 가방은 엉망이었다.

멀리서 봐야 예쁜 장미꽃이 생각나는 순간이었다.

가방을 이리저리 살펴보는데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바느질의 기술은 차지하고라도 식서. 푸서 방향 무시하고 가방끈마저도 조각조각 이어 붙여 만들었다. 천의 결을 무시하고 이어 붙인 끈을 어깨에 걸치니 가방은 한여름에 늘어진 소불알처럼 축 늘어졌다.
다른 회원들은 이쁘다고 극찬을 했지만 난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집에 가서 부족한 부분을 다시 수선해서 가져오마 하며 들고 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갈아입지 않고 쪽가위를 찾아 가방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가방을 뜯는데  이걸  가지고 왔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었다.

바느질이 잘못된 곳을 뜯지도 않고 박은곳을 또 박고 또 박고 바늘땀은 또 왜 그리 촘촘하게 박았는지  뜯어도 뜯어도 끝이 없다. 두 시간 만에 두 개의 가방을 완전 분해했다.
  조각조각 분해되어 너덜너덜해진 청지를 들고 작업실로 들어갔다. 늘어지는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안에 심지를  붙이고 잘못된 부분은 다시 재단해서 가방의 몸판을 만들었다.  가방끈도 다른 청바지를 잘라 새로 만들었다.
  날도 더운데 오후 내내 두꺼운 청지와 씨름하느라 지치고 뜯고 박느라  지친 내 몸은 끓는 물에 데쳐진 파처럼 축 늘어졌다.

몸에 에너지가 다 빠져나갔는지 두통과 함께 어지럼증이 느껴졌다.

 그래도 깔끔하게 완성된 가방을 보니 성취감에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회원들에게 보여줄 인증사진은 있어야 한다며 가방을 걸어 놓고 요리조리 사진을 찍었다.

 깔끔하게 완성된 가방을 보며 나는 나와 대화했다.
 "이것아. 오지랖 좀 그만 부려라."
 "아니야. 그래도 이유 있는 오지랖이었어."
 "그니까 네가 사서 고생하는 거야."
"그래도 완성해 놓고 보니 뿌듯하잖어."

  

 잘못된 것을 뜯어서 다시 만드는 것보다   새 천으로 재단해서 만드는 게 훨씬 수월하다. 나는 알면서도 못생긴 가방을 외면하지 못했다. 분해해서 다시 만드느라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깔끔하게 완성된 가방을 보니  이유 있는 오지랖이었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은 충만함으로 가득해졌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