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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Aug 22. 2024

버려진 양심

 아침 운동을 나갔다가 리어카에 쓰레기를 가득 싣고 가는 아주머니를 만났다. 모자를 푹 뒤집어쓰고 허리는 구부정하게 숙이고  가는데  손수레에서 종이박스가 떨어졌다.

나는 박스가 떨어졌다며 아주머니를 불렀다. 아주머니는 힐끔 돌아보며 '아이씨! 나도 몰라요. 놀러 왔으면 쓰레기를 제대로 버리고 가야지!' 라며  떨어진 박스를 그대로 두고 떠났다. 나는 종이박스를 주워 그 아주머니의 뒤를 따랐다. 도착한 곳은 쓰레기 집하장이었는데 그곳에는 상상 이상의 쓰레기 더미가 쌓여있었다.  작은 마을에 이렇게 많은 쓰레기는 다 어디서 나왔을까?

나는 종이박스를 한쪽에 놓아두고 나서야 아주머니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그 마을의 부녀회장이라고 했다. 매일 아침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를 줍고 정리하는 봉사를 하고 있는데  힘들고 지친다고 했다.

 

그 마을은 지리산 정상 천왕봉 아래에 있는 중산리 마을이다. 계곡을 따라 생태탐방로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어 지리산 계곡에서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책을 할 수 있다.


 나는 아침마 운동도 할 겸 그 길을 걷는다.

한 바퀴 돌아  내려오는데 계단 밑에 올라갈 때는 보이지 않던 하얀 비닐봉지가 보였다.
 봉지는 아가리를 벌리고 쓰레기를 토해 놓고  널브러져 있었다.
 커피를 마셨는지 빈 캔은 반쯤 찌그러져 나뒹굴고 봉투 안에는 종이컵과 소주병이 보였다. 그것을 보고 있자니 불쾌한 마음에 화가 올라와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쓰레기가 담긴 봉투를 내려다보며 저걸 들고 가? 그냥 가? 갈등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집게도 없고 더군다나 운동 중이야!'라며 외면하고 지나쳤다.
 몇 걸음 걷는데  내 양심이 뒤통수를 잡아끌었다.

'에이! 그래 봉투 안에 들어 있으니 주워가자.'라며 돌아섰다.
 널브러져 있는 캔들을 봉투에 담아 손에 잡아 들었다. 이슬이 내려 봉투에 모여 있던 물이 운동화 위로 후드득 떨어졌다. 팔이 아파서 오른손, 왼손 바꿔가며 걷는데 비닐봉지가 종아리를 스치며 바지를 적셨다.
마을까지 내려와 쓰레기 집하장으로 가서 분리를 하는데 소주병과 맥주병, 안주로 먹었는지 여러 종류의  과자 봉지와 종이컵이 구겨진 채 들어 있었다.


 깨끗한 숲에서 멋진 풍경과 맑은 공기를 안주 삼아 술을 마셨으리라. 기분도 적당히 좋았으리라. 취해도 취하지 않았으리라.

 

 여름이면 더위를 피해 계곡으로 모여드는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 좁은 시골길은 차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다. 조용하던 마을은 휴가객들로 인해 들썩거린다. 계곡계곡마다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먹고 마시고 즐기고 나서 몸만 떠나는 사람들이 부지기 수다.  

 그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오롯이 마을 사람들의 몫이다.

 

 나는 양심을 버린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사는 집에서도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며 사느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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