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거인 Aug 23. 2024

비 오는 아침

이틀째 비가 내렸다
밤에도 쉬지 않고 내렸다
새벽까지 계속 내렸다
거실에 빗비린내가 가득하다
장화를 신고 마당으로 나섰다


빗소리가 고막을 때린
빗방울이 도망간다
소나무 잎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다
동쪽 소나무 숲이 반짝거린다.
태양이 떠 오른다



비탈진 길을 오르내린다
길 옆에는 칡넝쿨이 무성하다
칡잎에 빗방울이 쉬고 있다
쉬지 않고 쏟아 내느라
너도 지쳤구나, 나도 지쳤다



소나무 가지에 거미가 해먹을 걸었다
주인은 어데 가고 빗방울이 놀고 있다
빗방울이 숨바꼭질을 하잔다
우산이 술래다
빗방울이 초록속에 숨었다
술래가 초록을 숨겼다
찰칵! 잡았다

매거진의 이전글 버려진 양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