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을 만들며 그 옆에 화단을 만드는 곳은 붕어를 키우던 연못이다. 잘 크던 붕어를 두 번이나 수달에게 빼앗긴 후 연못에 흙을 채우고 꽃을 심었다.그때 연못에 흙을 채우는 일이 만만치 않아 밭과 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이번에꽃밭을 포기하고 주차장을 만들면서 밭에서 나온 흙을 옮겨 높이를 맞추었다.
나는 짬짬이주차장과 화단사이에 경계석심는 일을 하고 있다. 돌의 크기를 가늠해 곡괭이로 파고 돌을 심고 쓰러지지 않게 흙으로 돋웠다. 그런데 미처 뽑지 못한 나무뿌리가 일을 방해했다. 뿌리가 가는 것은 곡괭이로 캐고 굵은 것은 톱질을 해서 잘라냈다. 무거운 돌을 옮기고 뿌리를 캐느라 지쳐가는데 연못 주변에 쌓았던 돌이 걸리적거려 일을 방해했다. 흙 위로 보이는 돌은 동전을 넣으면 뿅뿅하고 올라오는 두더지 잡기처럼 보였다. 나는 두더지 잡는 뿅망치 대신 해머를 잡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내려치지만 시멘트와 단단하게 결합된 돌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더라. 열 번에 안되면 백 번이라도 내리 치련다." 이를 아물고 내려치다 지치면 잠시 허리를 폈다
숨을 몰아 쉬며 집 아래 호수에 눈을 두었다. 태양이 호수 위에서 놀고 있다. 골바람이 지나가며 호수를 깨운다. 잎을 떨군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윤슬에 눈이 부시다. 바람에 일렁이는 호수 위에서 윤슬이 춤 춘다. 헉헉거리던 호흡이 사그라들며 "아, 좋다!"라는 외마디가 신음처럼 새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