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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거인 Nov 15. 2023

서당개 십 년







 경기도 산골엔 감나무가 귀했다. 학교 가는 길에 있는 한 마을에만 유일하게 감나무가 있었다. 그 마을엔 집집마다 뒤란에 커다란 감나무가 두 어 그루씩 자라고 있었다. 늦가을이 되면 잎을 다 떨군 빈 가지에 주황색 감만 주렁주렁 달고 있었다. 어린 나는 감나무집에 사는 친구를 엄청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우리 가족이 무작정 짐을 싸서 내려왔을 때가 11월 초였다. 산청이 명품 곶감으로 유명한 고장이라는 것은 귀촌해서 알게 되었다.
 가로수도 감나무. 울타리도 감나무. 조그만 틈새만 있으면 감나무가 서 있었다. 온통 주황빛이었던 거리가 신기해서 하루 종일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돌아다녔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주홍빛 마을은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농부들이 곶감을 만들기 위해 그 감을 모두 땄기 때문이었다.
집집마다 기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감 깎는 작업을 했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똥개의 손도 빌려 써야 할 만큼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 됐다. 감이 물러지면 기계로 깎을 수가 없으니 홍시가 되기 전에 깎아야 하는 상황이라 그 무리 속엔 손놀림이 서툰 나도 섞여 있었다.

오늘도 나는 아랫마을로 감을 깎으러 간다. 서당개 살이 10년 차의 손놀림은 능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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