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보다 먼저 필요한 질문이 있다

기획자는 언제나 '왜'를 감정에 묻는다

by 심지헌

기획자에게 익숙한 질문은
“어떻게?”다.

어떻게 동선을 짤까?

어떻게 고객을 끌어올까?

어떻게 더 빠르게, 더 싸게, 더 효율적으로 만들까?

이런 질문에 익숙해질수록
기획은 점점 ‘정답 찾기’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사라지고 ‘해결’만 남는다.


나도 한동안 그랬다.
빨리 뭔가를 정리해내야 했고,
성과를 내야 했고,
내가 가진 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그래서 늘 "어떻게 할까"를 먼저 묻고,
답을 쥔 채 회의를 시작했고,
결과를 정해놓고 사람의 반응을 맞춰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해결 중심’의 기획은 피로해지고,
‘반응 중심’의 기획은 자꾸 벽에 부딪혔다.


어느 날, 작은 프로젝트를 하다가
고객 한 사람이 내 기획을 보며 말했다.

“좋긴 한데, 내가 이걸 왜 써야 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 말이 이상하게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좋은 솔루션은 있어도, 그 사람이 느끼는 이유가 없으면
그건 ‘설득’이 아니라 ‘강요’가 된다는 걸.


그래서 나는 질문을 바꾸기 시작했다.

“어떻게?”보다 “왜?”를 먼저 묻기로 했다.
그리고 그 ‘왜’는 논리가 아니라,
감정에 묻기로 했다.

왜 이 사람이 이 문제를 불편하게 느낄까?

왜 지금 이 공간이 부담스러울까?

왜 이 브랜드가 신뢰를 주지 못할까?

왜 이 서비스를 보고도 ‘나를 위한 것’이라 느끼지 못할까?


그때부터 기획이 조금씩 달라졌다.

내가 만든 건물의 입구 위치가 바뀌었고,
전달 메시지의 톤이 달라졌고,
심지어 고객에게 말을 거는 방식까지 달라졌다.

논리가 아니라
감정의 맥락을 중심에 두자,
사람들은 조금 더 쉽게 다가왔고,
기획은 덜 설명해도 이해받기 시작했다.


이제 나는 알게 됐다.
기획이란 문제를 푸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왜 그 문제를 겪고 있는지를 묻는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 감정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기획만이
사람의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걸.


기획자의 내면 질문

지금 이 기획은 누구의 감정을 이해하고 있는가?

고객의 불편함은 정말 기능의 문제인가, 감정의 충돌인가?

이 기획을 처음 접한 사람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좋은 기획자는
해결보다 먼저 ‘사람’을 본다.
그리고 사람을 보기 위해선,
먼저 그 마음을 묻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니까 오늘도 나는 묻는다.
“왜?”
그리고 그 ‘왜’는
언제나 사람의 감정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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