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을 감지하는 능력

고객이 말하지 않는 말에 귀 기울이기

by 심지헌

기획을 하다 보면 이런 상황이 온다.
‘문제는 없는데 어딘가 이상한 느낌.’
지표는 괜찮고, 고객도 불만은 없고,
구조적으로는 매끄러운데
왠지 어딘가 불편한 기획.


처음엔 그냥 넘긴다.
“이건 내가 예민한가 보다.”
“고객도 뭐라 안 하잖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말하지 않는 불편함은 결국 언젠가 떠난다는 걸.


기획자는 데이터를 설계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을 다루는 사람이다.

고객이 ‘좋다’고 말해도,
그 표정이 1초 늦게 반응하면
거기서 기획자는 신호를 읽어야 한다.

메뉴가 잘 보이는데 고객은 한 번 더 묻는다.

프로세스는 직관적인데 사람은 늘 헷갈려 한다.

만족한다고 하면서도 반복 이용은 안 한다.


이 모든 건
고객이 말하지 않은 불편함이 존재한다는 증거다.

진짜 기획자는
‘말하지 않은 감정’을 감지하는 사람이다.

불만은 대놓고 표현되지만,
불편은 대부분 숨겨진다.
그건 손님이 착해서가 아니라,
불편하다고까지는 할 수 없었던 어떤 기분 때문이다.

그래서 기획자는

표면이 아닌 “사이”를 봐야 한다.

반응과 말 사이,

클릭과 이탈 사이,

이용과 반복 사이.


기획은 ‘만족’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불편’을 줄이는 일에서 시작된다.

사람은 감정적으로 불편하면
그 구조가 아무리 효율적이어도 멀어진다.

그리고 무서운 건
대부분의 불편은,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감정이 없는 피드백을 더 조심해서 본다.

‘괜찮았어요’라는 말 뒤에
‘다시 사용하고 싶어요’가 없는지.
‘잘 봤어요’라는 인사 뒤에
‘추천할 거예요’가 빠져 있는 건 아닌지.


말 없는 공백은,
감정이 남지 않았다는 조용한 경고일 수 있다.

기획자는
디자이너도, 설계자도, 판매자도 아니고
감정을 번역하고 반응을 조율하는 사람이다.

그 역할을 잊는 순간,
기획은 완성됐지만
사람은 남지 않는 결과를 만든다.


말하지 않는 말에 귀 기울일 때,
그제야 기획은 사람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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