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데요.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들 하더라구요.
개고생했다. 나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고생했다. 비 오는데 짐을 싣고 짐을 내리고. 다 젖고. 짐도 생각보다 더 많더라.
사실 이사만큼이나 이사 전 준비도 순탄치 못했다. 이사가 끝나고 울었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좀 받았나 보다. 중도 퇴실이어서 일이 잘 풀려야 했는데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이래저래 내 계획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다른 말로 하면 폐를 끼쳐야 했다. 괴로웠다.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사는 못했을 거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해결하고 보니 나 혼자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덜 스트레스 받을 걸 그랬다. 물론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폐는 폐대로 끼치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다. 인생에서 그래도 중요한 걸 배웠다면, 중도 퇴실은 답이 없다는 거다. 이렇게 상황이 꼬일 줄 몰랐는데 꼬이려면 아주 제대로 꼬일 수 있더라.
비 오는 날 이사하는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더니 다들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믿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더라. 잘 살 거란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들을 일도 없지 않나. 그래서 알았다.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는 말은 미신이 아니라 행운을 빌어주는 기도와 같은 것임을. 어쩌면 세상 모든 미신은 행운을 빌어주는 기도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