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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23. 2021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는데


그렇데요. 비 오는 날 이사하면 잘 산다고들 하더라구요.


개고생했다. 나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고생했다. 비 오는데 짐을 싣고 짐을 내리고. 다 젖고. 짐도 생각보다 더 많더라.


사실 이사만큼이나 이사 전 준비도 순탄치 못했다. 이사가 끝나고 울었다. 그동안 스트레스를 좀 받았나 보다. 중도 퇴실이어서 일이 잘 풀려야 했는데 일은 잘 풀리지 않았고 이래저래 내 계획과는 너무나도 다르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다른 말로 하면 폐를 끼쳐야 했다. 괴로웠다. 가족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사는 못했을 거다.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해결하고 보니 나 혼자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이럴 줄 알았다면 좀 덜 스트레스 받을 걸 그랬다. 물론 그게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지만 폐는 폐대로 끼치고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대로 받았다. 인생에서 그래도 중요한 걸 배웠다면, 중도 퇴실은 답이 없다는 거다. 이렇게 상황이 꼬일 줄 몰랐는데 꼬이려면 아주 제대로 꼬일 수 있더라.


 오는  이사하는 사진을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더니 다들  오는  이사하면  산다고 메세지를 보내왔다. 믿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더라.   거란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들을 일도 없지 않나. 그래서 알았다.  오는  이사하면  산다는 말은 미신이 아니라 행운을 빌어주는 기도와 같은 것임을. 어쩌면 세상 모든 미신은 행운을 빌어주는 기도와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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