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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이 Aug 25. 2021

힘든 만큼 이쁘다.


우리 집은 연신내역에서 걸어서 10 내에 있다. 하지만 불광동 집들이 웬만하면  그렇듯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경사가 높은 언덕은 아니다. 그래도 군자에서도 영등포에서도 집이 역에서 3 내에 있던 과거와 달리, 그리고  거리를 걷게 되더라도 평지를 걷는 것에 익숙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나는 언덕을 오르며 주문을 건다.


여기만 돌면 돼. 여기만.


여기만? 사실 여기만 돌아도 안 나온다. 그래도 그렇게 주문을 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집에 도착한다. 장을 봐서 손이 무거울 때면... 말을 아끼겠다.


전셋값이 미친듯이 오른 현재, 서울 시세에 비해서 많이 싸게 그리고 불광동 시세에 비해서도 싸게 구했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싸면 싼 이유가 있는 거라고, 적은 자금에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했다.


계약 전과 후 마음에 변화가 생긴 유일한 부분이 바로 이 위치. 사실 이 위치에 대해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에 변화가 있다. 장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변에 산이 많아서 상쾌한 공기도 마실 수 있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빌라 뷰를 볼 수 있는데 이게 또 장관이다. 아침엔 아침대로 저녁엔 저녁대로 이쁘다.


차를 사야 하나... 확실한 건 나 같은 직장인 보다 내 동생 같은 취업 준비생들이나 프리랜서들이 살기 좋은 집이다. 집 자체는 너무 좋기 때문이다. 회사 가기가 더 싫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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