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연신내역에서 걸어서 10분 내에 있다. 하지만 불광동 집들이 웬만하면 다 그렇듯이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경사가 높은 언덕은 아니다. 그래도 군자에서도 영등포에서도 집이 역에서 3분 내에 있던 과거와 달리, 그리고 먼 거리를 걷게 되더라도 평지를 걷는 것에 익숙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나는 언덕을 오르며 주문을 건다.
여기만 돌면 돼. 여기만.
여기만? 사실 여기만 돌아도 안 나온다. 그래도 그렇게 주문을 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집에 도착한다. 장을 봐서 손이 무거울 때면... 말을 아끼겠다.
전셋값이 미친듯이 오른 현재, 서울 시세에 비해서 많이 싸게 그리고 불광동 시세에 비해서도 싸게 구했기 때문에 할 말은 없다. 싸면 싼 이유가 있는 거라고, 적은 자금에 맞추려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했다.
계약 전과 후 마음에 변화가 생긴 유일한 부분이 바로 이 위치. 사실 이 위치에 대해서는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에 변화가 있다. 장단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주변에 산이 많아서 상쾌한 공기도 마실 수 있고 새소리도 들을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빌라 뷰를 볼 수 있는데 이게 또 장관이다. 아침엔 아침대로 저녁엔 저녁대로 이쁘다.
차를 사야 하나... 확실한 건 나 같은 직장인 보다 내 동생 같은 취업 준비생들이나 프리랜서들이 살기 좋은 집이다. 집 자체는 너무 좋기 때문이다. 회사 가기가 더 싫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