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사빠다. 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그런 내가 싫었던 적도 있지만 금방 사랑에 빠지는 게 사실인데 어쩌겠나. 사랑이 많다.
짝사랑한 남자도 있었고 짧게 만났던 남자도 있었고 길게 만났던 남자도 있었고 결혼을 계획했던 남자도 있었고 바람난 남자도 있었다. 내가 계속 사랑을 하는 이유는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아름다운 건 없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의 이쁜 부분을 보고 또 보는 것. 조금 이쁘지 않은 부분도 이쁘게 보려는 것. 뜨겁게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말처럼 상처받고도 다시 찾아오는 인연에게 기꺼이 자리를 내어주는 것.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단 하나 주의해야 할 게 있다면 스스로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상대로부터 채우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 채우려고 하면 안 된다기 보다 채워지지 않는다.
나도 그랬다. 나도 끊임없이 확인받으려고 했다. 그렇게 끊임없이 확인받는 게 또 연애의 묘미일 수도 있겠으나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본인이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 줄줄 아는 사람인지부터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아껴 줄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을 줄줄도 받을줄도 안다.
같은 의미로 스스로를 헤쳐가며 누군가를 만나면 안 된다는 것. 말했듯이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돌아설 줄도 알아야 한다. 그 사람 옆에 있는 나의 모습이, 함께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말이다.
원 앤 온리가 있을까? 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운명을 믿지 않는다. 사랑은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이렇게 저렇게 알아가고 맞춰가며 어느새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뗄 수 없을 만큼 하나가 되어가는 것. 그 자체가 또 운명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매 순간 온 마음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사랑으로 피고 지는 존재들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자.
그러니 두 사람이 배를 탄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미어지게 그림이 되는 것
두 사람인 것은, 둘 외에는 중요하지 않으므로 두 사람이어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오래 물가에 앉아 있다가 배를 탄다는 것은
멀리 떠나는 것에 대해 두 사람이 이야기해왔던 것은, 그리하여 두 사람이 포개져서 한 장의 냄새를 맡는 것은
- <두 사람> 이병률